가뭄 10

메마른 땅에 비가 내릴 때

by 경미리

비가 하루동일 왔다.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며 TV에서는 특집방송을 하고 신문도 대서특필 하였다. 어떤 유튜버는 팬티바람으로 비를 맞고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 비는 며칠 계속된다고 했고 가뭄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영미의 비상근무체제도 이제 끝이 났다. 오랜만에 정시 퇴근을 하게 되었다. 집에 다다르게 되자 영미는 준호가 집에 왔을지가 궁금했다. 사무실 사람들과 다시 어울려서 늦게 돌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삑삑 삑삑” 현관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고소한 튀김 냄새가 났다. “엄마, 아빠가 새우튀김을 했어. 정말 바삭하고 너무 맛있어” 동민이는 이미 여러 개를 주워 먹었는지 입술이 기름기로 반들거렸다. “당신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순간 영미는 준호가 혹시 회사에 잘렸나 하는 생각이 스쳤고 너무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 헛웃음이 났다. “오늘 반차 쓰고 빨리 들어왔어. 당신도 좀 먹어봐.” 영미는 준호가 요리에 재미를 붙이더니 이제는 튀김까지 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처음엔 마지못해 하는 요리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준호의 요리는 영미의 요리보다 더 맛깔났다. 동민과 동희도 준호의 요리를 기대했다. 영미가 도착을 하고 얼마 없어 동희가 들어왔고 식탁에는 오랜만에 4인 완전체로 튀김을 곁들인 저녁상이 차려졌다.

“당신 , 그 신경 날카로워지는 거 그 뭐지... 그거 왔잖아. ”준호의 말에 “갱년기야 아빠” 동희는 잽싸게 말을 했다. “맞아 갱년기.. 우리 직원이 이야기하는데 다 짜증이 나는 거라며, 잘은 모르겠는데..” 영미는 서툴게 전하는 말이지만 준호의 말에 호의가 느껴졌다. "맞아. 그래서 당분간 나 건들지 마... 근데 이 튀김 맛있다. 레시피를 어디에서 본거야?" 겸연쩍은 영미는 말을 돌렸다.


"인터넷 보고 해 봤는데 어렵지 않네? 내가 좀 소질이 있나 봐." "아빠, 요새 아빠 일찍 들어오고 이렇게 요리도 해주고 너무 좋아." 동민이는 새우튀김으로 볼이 빵빵한 상태로 말을 했다. "나도 좋아" 동희가 새침하게 말을 이었다. "뭐 나도 좋네.. 당신이 이렇게만 좀 도와주면 살이 붙겠어." 영미는 준호에 대한 마음을 애써 정제해서 말했다.


"엄마 나 독서실 낼부터 가는데 이제 나대로 갈 테니깐 신경 쓰지 말아 줘. 난 누가 옆에서 말하면 더 하기 싫어." "그래 정 그러면.. 근데 세 번은 지켜보고 아니면 말할 거야." 평소 같으면 일장 연설을 할 영미였지만 동희에게 기회를 줘야 할 것 같았다. "세 번이 아니라 그냥 이번 달 그냥 보기만 해" 준호가 거들었다.


그날 저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느낌을 모두가 가졌다. 영미의 갱년기는 더 악화될 것이고 준호도 언제 다시 사무실 직원들과 어울리면서 늦게 들어올지 모른다. 동희와 동민이도 10대의 불안정 속에 마음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보이면 받아 줄 거라는 확신을 네 가족은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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