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고작 계절 - 김서해
마음이 저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작가가 미국땅에서 겪은 일들이 한나와 제니를 통해 느껴졌다.
어릴 적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자란 나는 ’ 메이드인 아메리카‘는 무조건 좋아 보였다.
특히 잘 생기고 예쁜 금발머리의 백인 주인공들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존재들이었다.
공상을 해도 상상 속의 주인공은 그들이었다.
그러다 차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현실적 감각을 깨우쳐갈 때 LA폭동 사건을 접하고 엉뚱하게 한인들에게 가한 폭력을 보면서 인종차별은 계속되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을 해왔다.
이 소설을 접하기 전까지는...
아무리 애를 써도 닿을 수 없는 지점에 제니가 있었다.
무리의 밖에 있는 제니가 무리의 안으로 들어가려고 부단히 애를 쓰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렵게 어렵게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한나가 등장했다.
아기 같은 한나... 순수하지만 제니에게는 빌런과 같은 존재...
자신의 못생긴 모습을 매번 상기시키는 한나의 행동들
나 역시 한나가 어수룩하고 민첩하게 현실에 적응을 못해서 놀림받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싫었다.
아니 마음이 아렸다.
내가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한나의 잘못은 없다.
자신의 이름이 잘 불러지기를 바라고 남에게 피해를 안 주니 좀 더딘 영어를 쓴다고 배척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무리들은 그렇게 관대하지를 않았다.
제니는 자신이 모질게 미국사회를 겪었기에 한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가끔 해외입양 되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한국으로 오는 사연을 보면 저렇게 잘 사는 나라에서 뭐가 부족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제니처럼 아무리 노력해도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받았을 거란 생각에 지금의 평범한 나의 하루가 고맙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