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7

평범해지기가 더 어려울 때

by 경미리

영미는 동희를 낳고 나서 둘째를 갖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두 번의 유산 끝에 동민이 태어났다. 준호의 어머니는 옛날 분이라 아들 손주를 무척 반겼다. "인물이 훤해. 지 아빠를 꼭 닮았어." 영미를 무시하고 자기 아들만 닮았다는 시어머니가 속으로 야속했지만 동민은 영미에게도 각별했다. 먼저 인연이 안된 두 생명이 동민이를 보냈다는 생각에 더 잘 키워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엄마 팔베개해서 잘 거야." 어린 시절 영미 껌딱지였던 동민이는 잘 때도 꼭 붙어 있어서 영미를 힘들게 했지만 밤톨 같은 동민을 보고 있으면 뭔지 모르게 세상을 완성한 느낌이 들었다. 딸에게 못 느끼는 아들 가진 엄마의 마음 같은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조금 굼뜬 동민은 동희에게 꼼짝을 못 했다. 나이차이가 좀 나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동민은 체격이 커지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친할머니가 같이 살게 되면서 동민의 서열이 동희와 비슷하게 되었고 어떤 상황에서는 더 나은 상황이 되었다. 할머니는 동민을 더 편애했다. TV를 하루 종일 보는 할머니에게 조르면 보던 리모컨도 동민의 차지가 될 수 있었다. 차분하게 책을 읽는 누나 동희와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동민은 내달았다.


영미가 퇴근하고 오면 TV만 보고 있는 동민이와 시어머니를 마주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영미가 명예퇴직을 결심한 일정 부분은 동민과 시어머니의 콜라보가 하나의 원인이었다. 끔찍하게 아끼던 아들이지만 말을 안 듣는 동민에게 영미는 목소리 톤이 점점 올라갔다. 결국 그날이 왔다. “할머니, 내려가지 말아요. 우리랑 계속 살아요.” 울면서 동민은 말했다. “우리 강아지 못 봐서 할머니도 많이 섭섭해, 할머니가 광주에 내려가도 주말에 아빠랑 자주 놀러 와라.” 영미네 네 가족 중에 할머니와의 이별을 제일 슬퍼한 것은 동민이었다. 단지 할머니가 있으면 보고 싶은 TV도 실컷보고 게임도 많이 할 수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동민이는 누나 동희와 비교를 많이 당했다. 동희는 영특한 아이, 똑소리 나는 아이라고 누구나 생각하는 것 같았다. 동민이는 그림책을 봐도 글이 먼저 와닿지 않았다. “동민아! 좀 가만히 앉아서 책 좀 읽으면 안 되니?” 영미가 재촉을 하면 동민은 어설프게 앉아서 보는 시늉을 하였다. 머릿속에는 게임을 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영미가 동민이 학원을 보내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집안에 혼자 둘 수 없어서 시간 보내기 용도로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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