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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May 25. 2023

오늘은 뭐 마시지?

오전 알바를 할 때 바쁘다가도 여유로운 시간대가 있다. 오전 10:50 ~ 오전 11:30이다. 잠깐이지만 손님도 없고 해야 할 일도 미리 다 채워나서 조금은 여유롭다. 그 이후에는 점심시간과 함께 폭풍이 다가오지만... 오는 손님을 어찌 막을꼬.. 한 사람당 한 잔씩만 주문하고 하루 올 손님이 매 시간마다 적절하게 나눠서 와준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저 여유로운 시간에 당을 채우며 즐기는 수밖에 없다.


처음 만들어 마신 음료는 민트초코라떼다. 나는 민트초코를 좋아한다. 민트초코를 만들어 마셨을 땐 달달하고 시원해서 온몸에 세포들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래! 나 민초단이었어!' 카페 음료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음료는 안 마셔봐도 맛있을 것만 같았다.


두 번째 음료는 카라멜 마끼아또다. 카페에서 커피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말고는 주문해서 마셔본 적이 없다. 달달한 커피는 처음엔 맛있지만 끝맛은 텁텁해서 배신당하는 기분이라 믹스커피도 선호하지 않는다. 같이 일하는 알바생 언니가 카라멜 마끼아또가 맛있다고 추천해 주셔서 한 입 마셨다. 우유 크림이 부드럽고 엄청 찐하고 달아서 텁텁한 느낌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달달이었다. 카라멜 마끼아또는 이름만 들어봤지 처음 마셔봤는데 커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달달함에 중독되어 다른 카페에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주문했는데 너무 밍밍하고 맛이 없어서 카라멜 마끼아또는 다시 호감도가 떨어졌다.


이번 주에는 토피넛 라떼를 마셨다. 주문이 자주 들어오는 음료 중 하나여서 맛이 궁금했다. 마셔보니 고소함과 달달함이 꾸덕하게 넘어갔다. 미숫가루에 조리퐁가루 들어간 느낌이랄까? 꾸덕꾸덕한 것이 배고플 때 마시기 딱 좋았다. 다음 날도 토피넛 라떼가 생각났다. 이틀 연속으로 토피넛 라떼를 마시니 흑임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은 흑임자 라떼를 마셔봤다. 고소하니 맛있었다. 치명적인 단점은 양치할 때 세면대에 쏟아지는 검정 가루들을 볼 수 있다는 점. 먹고 이빨 보이게 웃으면 상대방에게도 웃음을 전파시킬 것 같다. 흑임자는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요즘 일하러 가는 길에 행복한 고민을 한다. 


'오늘은 뭐 마시지?'


일하러 가는 곳이 설레는 곳이 될 수 있다니! 음... 내일은... 다시 토피넛으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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