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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Jun 21. 2023

나비와 나방

카페에 창문이 크게 있어 언제나 활짝 열려있다.

그 문을 통해 손님에게

테이크아웃 커피를 전달하기도 하고

벌레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어제 오전.

“으악!!”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갈색 나방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벌레를 잡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내가 가장 맏언니였기에 (그나마 내가 가장 벌레를 덜 무서워했다.)

몇 번의 파리채를 휘둘러

나방을 기절시킨 뒤 처리했다.


오늘 오전

사장님이 샌드위치를 만들고 계셨는데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연두색 나비가

사장님 앞에 살포시 앉아있었다.


“어머..”


머뭇거리시더니 휴지 한 장을 들고 와 나비를 잡아

창문 밖으로 날리셨다.


“나방이였으면 잡았을 텐데 나비여서 살려줘야 할 것 같아. 나비랑 나방이랑 한 글자 차인데 누군 죽고 누군 살고.. 참 그렇다.. “


바로 전 날 나방을 죽인 사람으로서 그 말을 듣고

나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었다.

만약 나방이 아니라 나비였다면

나는 죽이지 않고 살려줬을까?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나비나 나방이나

똑같은 벌레일 뿐이다..


나방아.

다음 생에

나비로 태어나

사장님 곁을 날아다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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