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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구링 Feb 24. 2023

일본 요양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일본 온 지 2개월 만에 이룬 꿈

요양원 아르바이트 체험 응모를 하고 며칠 뒤 연락이 왔다. 내가 일본에 온 이유와 요양원 지원 동기에 진심을 담아 서툰 일본어로 이력서를 적어나갔다. 센터로 가는 길은 어찌나 떨리는지 BTS의 '고민보다 Go' 노래를 들으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처음 센터에 도착했을 땐 깔끔한 시설이 기억에 남는다. 사무실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테이블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두 명의 관리자(여자 1, 남자 1)가 나의 이력서를 천천히 보시더니 나의 일본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왜 일본에 왔는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지원 동기를 물었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안 났지만 한 가지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력서에 내가 일본 유학을 다짐하게 된 계기인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여자관리자(토사키상)가 물었다.


"모든 치매(인지증) 어르신이 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 나온 사람들처럼 상냥하고 친절하지 않다. 여기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전상이 생각했던 치매 어르신의 이미지와 전혀 다를 수 있는데 괜찮겠어?"


나는 일본에서는 직원들이 어떤 방법으로 어르신을 케어하는지 배우고 싶었고 어르신을 돌보고 싶어 지원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일본어는 부족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어르신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이니 어설픈 표현은 귀엽게 봐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도 조금 담아서 면접 마지막 순간에 웃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다행히 외국인 빨(?)이 통한 건지 두 분 다 웃으며 좋다고 대답해 주셨다.


면접이 끝난 후 토사키상을 따라 기관 라운딩을 했다. 근무하고 있는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센터 시설과 몇 명의 어르신이 지내고 계시는지를 설명해 주셨다. 아직 일하는 것이 확정된 것이 아니었기에, 일본 요양원에 방문해서 라운딩 한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집 오는 길은 면접 질문을 천천히 곱씹으며 '아.. 이렇게 대답할걸..' 하는 아쉬움뿐이었다. 일본어가 부족하니 나의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답답하고 바보 같았다. 한국으로 도망갈까 생각도 했지만,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오늘의 경험을 떠올리며 열심히 일본어 공부를 하자고 다짐했다.


면접 본 다음 날은 아주 이상한 날이었다. 오랜만에 생각도 못한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한 명이 아닌 세 명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오니 오늘 무슨 날인가? 싶었는데 마지막 요양원 합격소식의 연락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일본에 온 이후 최고로 행복한 날이었다.


 출근 후 사무실 직원에게 서류를 한가득 선물 받았다. '이것이 베트남 친구가 말한 계약 관련 서류구나..'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자구나. 핸드폰 사전이라도 켜서 봐야 하나 걱정했는데, 사무실 직원이 친절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서류 내용은 어려운 부분이 많으니 지금 확인하기 어려우면 집으로 가져가서 보고 작성해 와도 괜찮아."


세상에.. 제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따뜻한 배려를 받으며 살아가도 괜찮은가요?

앞으로 더 착하게 살겠습니다. 그리고 꼭 제가 받은 배려와 친절을 누군가에게 베풀며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집에서 사전을 찾아보며 읽어보고 작성해서 다음 출근하는 날 제출하겠습니다!"


집에 와서 여러 장의 서류 내용을 보며 강제 독해 공부를 했지만 행복했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을 보니 신기하고 설렜다. 비록 처음에는 눈물로 밤을 보내며 한국을 그리워했지만, 지금은 오래오래 일본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온 지 2개월 만에 나는 꿈에 그리던 요양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집에와서 열심히 번역하고 제출했던 서류



나의 사물함과 귀여운 열쇠고리들! ㅎㅎ



첫 출근 때 받은 붕어빵 간식



일 끝나고 처음 해본 혼술(연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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