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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원자가 내 몸에 들어오다

인간의 몸은 원자로 되어있고 그 원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원자들로 교체된다. 살아 있다는 것은 자신의 몸 바깥으로부터 물질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대사를 지속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몸의 조직과 기관은 그 형태를 유지하지만 세포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새로 유입된 원자들로 바뀌고 세포도 새로 만들어진 세포로 바뀐다. 우리는 물질 그 자체가 아니라 물질들이 협력을 통해 만들어낸 어떤 복잡한 상태로 볼 수 있다. 


2023년 10월 7일 영국 트레킹코스(https://www.westhighlandway.org/) 입구 호텔에서 시차로 잠이 깨어 글을 정리하여 올린다. 한 주 동안 이곳을 걸으면 이곳을 지나던 원자들이 내 몸의 구성요소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여기서 만난 영국인 청년 가이드는 한 주 동안 인연으로 남을 것이다. “여보게,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뿐이라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다. 한국의 산을 다니고, 히말라야와 알프스로 떠나고 백두대간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녔다. 그 길을 따라 걸었던 작은 내가 뚜벅뚜벅 걷는 길 위에서 자연과 사람과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20~30세의 몸무게 70㎏, 신장 170㎝ 남성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 몸에는 세균이 39조 개 정도가 살고 인간 세포 30조 개 내외와 엇비슷하다. 성인 남성은 대략 36조개의 세포, 여성은 그보다 적은 28조개였고, 어린이는 17조개를 가진고 있다. 인간의 몸에 있는 세포는 크고 작든 다 합치면 무게가 같다. 덩치가 큰 세포는 수가 적고, 작으면 수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혈액세포처럼 작은 세포의 총 질량은 커다란 근육세포와 거의 같았다. 작은 세포는 수가 많고, 큰 세포는 수가 적기 때문이다. 인체 세포에서 개수와 크기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있다.


놀라운 것은 우리 몸에서 하루에 80g에 해당하는 약 3300억 개의 세포가 새로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초당 380만 개 이상이다. 하루에 1.1% 정도가 생기고 사라진다. 세 달만 지나면 나는 내가 아닌 셈이다. 물론 사라지는 세포의 86%는 혈액 세포이다. 뒤를 이어 위장세포가 12%, 피부세포가 1.1%, 혈관 속 내피세포와 폐 세포가 각각 0.1%이다. 질량으로 보면 혈액 세포가 차지하는 비율은 48.6%, 위장 세포가 차지하는 질량의 비율은 41%나 된다. 피부 세포는 4%를 차지하고, 세포 수로는 매우 적은 지방 세포는 질량으로 4%를 차지한다. 죽은 세포는 떨어져 나가거나, 기생충이 먹어 치우거나, 또는 분해되어 부분적으로 재활용된다. 이런 수치는 전통적인 표준 신체, 즉 나이 20~30세, 몸무게 70kg에 키 170cm인 건강하고 표준적인 남성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몸무게 70kg의 표준 인체에서 전체 세포의 무게는 46kg이고, 나머지 24kg은 액체와 고형물이다. 약 80일마다 30조 개의 세포가 재생되며, 1년 반마다 인간 전체 세포 무게인 46kg의 세포 질량을 생산한다. 세포 회전율과 세포 질량 재생 시간이 차이 나는 것은 대부분의 세포 회전율이 중소 세포에서 발생하는 반면, 세포 질량의 대부분은 평균 수명이 10년을 넘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세포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장 세포의 수명은 3~5일이다. 전체 세포의 0.5%를 구성하는 뇌 신경세포와 눈 수정체 세포는 일생 동안 교체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므로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의 완전한 교체는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의 몸에 사는 박테리아는 약 38±10조 개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로 대장에 기생한다. 이 박테리아의 전체 무게는 약 200g이다.


대부분의 세포는 한 달 이상 사는 경우는 드물지만, 예외는 있다. 간세포의 경우에는 그 구성성분이 며칠마다 새로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몇 년 동안 살아있을 수 있다. 뇌세포는 평생을 함께 한다. 출생할 때 1000억 개 정도의 뇌세포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전부가 된다. (현재의 “나”는 뇌세포만 과거의 나인 셈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뇌 세포도 일부 새로이 생긴다. 그리고 매시간 500개(일 년에 438만 개, 55세이면 약 2억 5천만 개의 세포가 죽었다.) 정도가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세포와 마찬가지로 뇌세포는 그 구성 성분들이 대략 한 달 만에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게 된다. 실제로 몸속에 떠돌아다니는 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한 조각도 9년 이상 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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