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친구’와는 협력하고 ‘적’과는 경쟁하는 사회생활을 한다. 그러나 원숭이와 유인원은 동료들과 전략적 협력 행동을 할 만큼 지능이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영장류를 제외한 동물은 이러한 전략적 행동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 동물은 ‘무의식적으로’ 또는 ‘유전자’의 조정에 따라 유사한 행동을 한다.
앵무새는 열대지방과 아열대지방, 그리고 남아메리카와 호주의 온대 지역에까지 널리 분포한다. 앵무새는 야생이든 집에서 기르든 특이한 식습관이 있다. 뭐든 한 두입 먹고는 바닥에 팽개친다. 주식인 열매와 씨앗뿐만 아니라 꽃, 잎, 가지, 싹, 기생충, 껍질 등을 먹다가 떨어뜨린다. 이런 행동은 앵무새뿐만 아니라 다른 동식물과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번식시기보다는 비번식기에 더 많이 버렸고, 낯선 외래식물이나 덜 익은 과일을 먹을 때에도 더 많았다. 그러나 앵무새가 배가 고프건 아니건 버리는 양은 차이가 없었다. 버리는 행동이 ‘어떤’ 의도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앵무새가 버리는 것을 찾아 모이는 동물도 많았다. 86종의 동물이 앵무새가 버린 먹이를 찾아온다. 앵무새가 먹다 버린 열매는 크기가 작아지고 딱딱한 부위를 제거해 다른 동물이 먹기가 쉽다. 찾아오는 86종의 동물 중 27종은 씨앗을 퍼뜨리는 역할을 하였다. 곤충이 꽃에서 양분을 먹고 씨를 퍼뜨리듯이 앵무새도 씨앗을 퍼뜨리는 기능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앵무새의 행동이 생태계의 순환을 촉진시키고 다른 생명도 혜택을 본다. 그렇다면 앵무새는 어떤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행동인지 의문이 든다. 과수원에서 크고 질이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 꽃과 어린 열매를 솎아낸다. 앵무새도 이런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추정이다. 실제로 버리는 열매 가운데는 덜 익은 것이 많다. 앵무새가 지능이 높다. 덜 익은 열매를 따버림으로써 나중에 더 크고 맛있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예지까지 있을지 모른다. 오랜 진화 안에서 앵무새는 그런 특성을 가진 종으로 진화가 되었을 것 같다.
그러나 조류도 전략적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구도 있다.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까마귀도 친구를 배신한다. 하지만, 가족은 배신하지 않는다.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개체를 위하여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새끼나 형제자매, 짝짓기 파트너 등 친밀한 관계인 개체는 변함없이 함께한다. 까마귀도 사회관계 관련 지능이 있음을 의미한다.
2023년 개코원숭이도 동료들과의 협력하여 전략적으로 행동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협력 관계가 끈끈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이기심 때문에 협력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갚아주고, 불이익을 받으면 협력관계를 깨기도 한다. 원숭이도 전략적 협력을 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인간의 협력관계도 유인원과 원숭이의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았을 가능성을 있음을 암시한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i5282
그래서 사회생물학자들이 도덕적 행위로 발전해 가는 과정에서 진화생물학적 요인들을 강조한 것은 정당하다. 동물계에서 유래한 인간은 처음부터 이기적으로 설정되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간화 초기단계에서 인간은 생존 때문에 생물학적 기본조건과 환경조건의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고등동물에게서는 친족이나 사회적 동료들 간의 유전적 협력행동이 관찰된다. 여기서 일종의 호혜적 이타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상황을 셈하지 않고 자기를 희생하여 타자를 도우려는 성향이다.: “나에게 해 주듯이 너에게도 해줄게.” 행동은 반대급부를 기대하면서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배신의 동물’이다. 친구가 언제 적이 될지 모른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배신을 하는 것이다. 이는 진화적이고 생물학적인 행동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의를 중시하여 배신을 하지 않는다. 이들 중 일부는 장기적인 이익을 위하여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신의를 자신의 ‘도덕적 가치’로 여겨 지키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