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동물인 미어캣(meerkat) 등은 높은 곳에 올라 포식자가 다가오는지 경계한다. 가족과 동족을 지키려는 미어캣의 행동은 귀엽기도 하고 사랑의 동물로 느껴진다. 물론 이들의 행동은 포식자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다. 경쟁 집단을 경계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나 동족 살해비율이 19%로 최상위인 동물은 ‘귀여운’ 모습의 미어캣(Meerkat)이다. 헌신적인 모습으로 다큐에서 많이 다루지만 집단 안에서 자기 새끼의 생존을 위해 다른 새끼를 죽인다. 사람이구 동물이구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가 없나보다.
인간은 생물학 분류상 유인원에 속한다. 침팬지와 사람의 염기서열은 98.77%가 같고 침팬지의 뇌 회로는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과 침팬지의 폭력성은 난형난제라고 부를 만큼 닮았다.
전쟁에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높은 곳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보며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백마고지가 유명하다. 집단 간 충돌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 지형지물을 사용하는 행동은 인간만이 한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2023년 연구에 의하면 침팬지들도 높은 곳에 올라 경쟁 집단을 경계한다. 인간 외의 동물 중에서는 최초로 관찰되었다. 침팬지가 싸움과 접촉을 경계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경쟁 집단 침팬지들을 감시하고 행동한다. 침팬지들은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작은 무리를 지어 소리를 억제하며 영역 변방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일종의 경계선 순찰을 하는 셈이다.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2350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은 1986년 발간한『곰베의 침팬지』란 책에서 침팬지 사회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언급했다. 그가 관찰했던 침팬지 공동체는 수컷이 사냥을 하고 자신의 영역을 경계하면서 암컷과 새끼를 보호하고 자신의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애정을 가진 집단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두 집단으로 나눠지면서 집단 간에 폭력적인 공격성이 나타났다. 더욱이 침팬지들은 같은 종족을 죽이거나 잡아먹기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침팬지가 원숭이를 잡아 산 채로 두개골을 먹는 장면이 보고되었고, 방심한 동료를 따라가 포위한 뒤 잔인하게 때려죽이는 모습도 관찰되었다. 침팬지와 인간은 폭력성 면에서 서로 닮았다.
영장류인 침팬지 집단은 영역 텃세가 심하다. 수컷은 외부 침팬지 등 침입자가 있으면 사납게 공격하며 외부 집단의 영역을 공격적으로 습격하기도 한다. 또한 그 집단의 수컷들을 학살한 후 그 집단을 병합하기도 한다. 야생의 침팬지는 종종 다른 집단의 침팬지를 무참히 살해한다. 탄자니아에서 수십 년 동안 침팬지를 관찰연구한 제인 구달(Dame Jane Morris Goodall)은 4개 침팬지 집단 가운데 2개 집단이 같은 종들 간의 ‘계획적’ 폭력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목격 했다. 그래서 노벨상을 탄 동물행동학자 콘라드 로렌츠(Konrad Zacharias Lorenz, 1903~1989)는 1963년 자신의 저서『Das sogenannte Böse. Zur Naturgeschichte der Agression』(1989년 번역출간 “공격성에 대하여”)에서 공격성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본 욕구 중의 하나라고 썼고, 2차 세계대전의 대학살도 인간 본성의 표출로 보았다. 그러나 침팬지 등 영장류는 싸움을 한 뒤에 의도적인 키스, 안아주기, 성행위, 손잡기 등으로 화해를 모색하는 현상도 발견되었다.
인간의 폭력성은 침팬지와 훨씬 더 가깝다. 의도적으로 다른 수컷들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힘을 확장해 가는 것은 인간과 침팬지가 닮았다. 우리의 폭력성은 진화의 과정에서 침팬지와 같은 방향으로 굳어진 것이다. “의도적으로 이웃 수컷들을 죽임으로써 세력권을 확장해 가는 동물이 인간과 침팬지뿐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쓰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데, 다양한 명분이 있지만 결국은 외부 집단에 대한 인간 수컷에 대한 공격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결국 침팬지와 유인원 그리고 인간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