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문사회

민주 자유 공정과 정의 논쟁이 넘치는 사회와 '미생'

민주, 자유, 공정과 정의 논쟁이 넘치는 사회와「미생」의 ‘신념’


뒷모습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답다고

이제는 내 뒷모습이 아름다워졌으리라

뒤돌아보았으나

내 뒷모습은 이미 벽이 되어 있었다.

철조망이 쳐진 높은 시멘트 담벼락

금이 가고 구멍이 나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제주 푸른 바닷가 돌담이나

예천 금당실마을 고샅길 돌담은 되지 못하고

개나 사람이나 오줌을 누고 가는

으슥한 골목길

담쟁이조차 자라다 죽은 낙서투성이 담벼락

폭우에 와르르 무너진다.

순간 누군가

담벼락에 그려놓은 작은 새 한 마리

포르르 날개를 펼치고

골목 끝 푸른 하늘로 날아간다.

나는 내 뒷모습에 가끔 새가 날아왔다고

맑은 새똥을 누고 갈 때가 있었다고

내 뒷모습이 아름다울 때도 있었다고


정호승


2014년 중소기업 중앙회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던 K씨는 성추행을 당했다. 그는 이를 폭로했다가 오히려 따돌림을 당했고 퇴직 후 자신의 방 안에서 목을 매 숨졌다. 그녀는 유서를 통해 자신이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겪고, 봤던 성추행 사실 등을 남겼다. 그가 계약만료 된 자리에는 중소기업 중앙회 비상임 이사의 자녀가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경향신문, 2014.10.7.).


2017년 정부는 공공기관 등 1190개 기관에 대한 특별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2018년 발표했다.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68개 공공기관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185곳은 징계·문책을 요구했다. 내부 고위인사가 채용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이 특징이다. 어떤 고위인사는 특정인 채용을 부탁했지만 부적합 판정을 내리자 채용회의 재개최를 지시하여 자신이 원했던 사람을 최종 합격시켰다. 어떤 기관은 채용 공고에 가점 대상과 요인을 공시하고도 정작 가점 대상자에게 점수를 주지 않고 탈락시켰다. 지역 유력 인사 자녀를 뽑기 위해 다른 지원자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다. 고위인사 지시로 특정인을 사전에 내정해 채용한 경우도 많았다. 해당 분야 경력이 없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도 않은 고위인사 지인의 자녀를 뽑기도 했다. 서류 통과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지원자를 위해 합격 배수를 조정한 뒤 면접에서 고득점을 주고 채용했다. 면접위원을 내부위원으로만 편성해 특정인 단독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2023년 6월 12일 이스타항공 채용 부정사건 재판이 열렸다. 국토교통부 전 직원의 딸이 이스타항공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본사에서 난리가 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사람은 자신의 자녀가 이스타항공에 지원했다고 이스타항공 직원에세 말했고 그 사실을 회사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결격사유로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여기저기서 클레임이 들어왔다. 결국 뒤늦게 합격자명단에 올렸고 최종 합격했다. 국토교통부 전 직원은 자녀 채용을 대가로 이스타항공에 항공기 이착륙 승인 순서·시간, 항공기 활주로 접근 방향 등에 관한 편의를 제공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별도로 재판받고 있다. 이상직 전 국회의원과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 등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채용과정에서 점수가 미달하는 지원자 147명을 채용하도록 인사담당자들에게 압력을 넣어 이중 76명이 최종합격 시킨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와 전남 경찰청에서 중간 간부 7명이 직위해제 되었다. 경찰 간부들이 브로커에게 거액을 주고 인사 청탁을 한 혐의이다. 2021년 경찰 승진 심사 무렵에 청탁이 집중됐고, 당시 인사권을 행사한 전 치안감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뇌물 액수는 경감 승진의 경우 1500만~2000만원, 경정 승진은 3000만원 하는 식으로 계급에 따라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일회성 비리가 아닌 관행적 부패의 악취가 짙다. 청탁 경로에는 브로커 외에 인사권자와 친밀한 퇴직 경찰도 있었다. 이들을 통해 뇌물을 건넨 사람들은 대부분 승진에 성공했는데, 모두 주관적 업무평가로 이뤄지는 ‘심사승진’을 통해서였다.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현상을 막으려고 심사승진 비중을 높였더니 뇌물과 청탁의 더 고약한 부작용 나타난 것이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전반에 숨어있는 부패가 문제인 셈이다(국민일보, 2023.11.30.).


사람들이 도둑과 같은 마음을 먹고서

온화한 사람은 자취를 감추고,

어디나 철면피가 판을 치는데

악행을 보면 분이 일어야 마땅하거늘

사악한 불법 행위를 보고도 모두들 즐거워하네.


이집트 중 왕국 시절(기원전 2040~기원전 1782)의 두루마리에 기록된 부패상에 규탄 글이다.


2014년에는 드라마 ‘미생’은 한국인들을 사로잡았다. “신념이라니, 골동품 가게에서 낡고 오래된 시계를 본 것 같은 느낌이네요. 요즘은 대학에서도 교수들이 강의할 때 사회정의, 이런 얘기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하는 시대라서요.” 이 말은 아무리 중요한 거래처를 접대하더라도 양심상 ‘2차 접대’만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극중 인물 오과장의 ‘신념’에 감탄하면서 안영이가 했던 대사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도 신념 운운하며 사회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투의 얘기다. 스쳐가듯 짧은 장면에 등장한 대사였지만 이 말은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CIO Korea,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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