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과 학원교육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메타인지’ 때문이다. 자아 인식이 스스로 자기를 인지하는 것을 의미하듯이 메타인지는 스스로 자신의 ‘앎’을 아는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습에서의 메타인지는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스스로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유럽 등 선진국 아이들을 거의 그렇다. 학교가 ‘재밌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에 가는데 교과서도 준비물도 심지어는 시간표도 없다. 우리나라 부모라면 ‘참지 못할’ 일이다. 당장 학교에 쫓아가서 항의할 것이다. 아이는 1주일에 한 개씩 주제를 받아 스스로 공부한다. 한 학기 주제는 기후변화였다. 선생님은 이상고온으로 많은 유럽인들이 죽었다는 뉴스를 얘기해준다. 아이는 뉴스와 책을 스스로 찾아 읽는다. 부모는 아이로부터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해결방법 대해 학기 내내 강의와 잔소리를 듣는다. 주제는 계속 바뀌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집중해 문제를 푸는 능력은 영국 아이들에게는 거의 없다. 그래서 학습 능력 성취도에서 최상위는 중국,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이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취는 그것으로 끝난다. 사고의 유연함과 영역을 넘나드는 창의력 그리고 메타인지는 대학 교육과 먼 훗날 사회생활에서 발휘된다. 영국의 교육과 대학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라떼’ 부모라면 친구들끼리 추억을 돌아보면 사람마다 기억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인간은 있는 그대로 기억하지 않고 편집하여 기억한다. 기억을 떠올릴 때에도 재구성하거나 편집한다. 이 과정에서 잘못된 기억이 생성되고 서로 다른 기억을 떠올린다. 그래서 ‘라떼’의 이야기는 허구와 오류가 많다. 물론 추억은 아름답다. 기억과 떠올림이 편집과 재구성을 하는 것은 학습에 중요한 의미를 준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할 때 학업수업 같이 단순하게 전달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식을 스스로 이해하고 정리하여 편집하게 하거나 피드백을 주는 것이 바로 학습이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117625118
학원에 가서 배우는 것은 당장 머릿속에 지식을 밀어 넣어 기억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기계나 컴퓨터와는 전혀 다르게 기능하여 입력시킨다고 그대로 저장되거나 출력되지 않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지식수준이 높지 않아 사교육과 학원의 ‘힘’으로 어느 정도 잘할 수 있다.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답을 즉시 가르쳐주거나 주입식으로 푸는 방법을 배우면 메타인지 관점에서 학습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바로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문제해결능력이 개발되지 않아 점차 성적이 떨어지는 것인데 그런 아이는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아이가 문제를 쉽게 이해하지 못 하고 풀 엄두도 못 내면서 끙끙대는 것이 학습의 중요한 과정이다. 아이가 문제를 풀지 못 할 때 스스로 풀어 보도록 놔둬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학습을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