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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를 버린, 인간임을 포기한 인간

세월이 흐르면 주름이 생기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노화에 저항하는 노력은 인간의 운명이며 또한 자연의 이치이다. 운명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바꿀 수는 있다. 현대 과학은 이미 많은 답을 제시하였다. 운동과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고 건강에 좋다. 운동을 일주일에 3번 30분 정도만 해도 건강은 물론 뇌에도 아주 좋다. 가능하면 좋아하는 운동과 신체활동을 찾는다면 더 좋다. 잠을 잘 자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잠은 뇌와 뉴런을 맑게 하여 새로운 지식을 새로운 기억으로 바꿔 준다. 사람들과 자주 만난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배우면서 뇌의 노화를 예방하고 즐거움과 행복을 가질 수 있다. 식생활에 유의하여야 한다. 동물성 지방, 가공식품, 과도한 설탕 같이 심혈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은 인지건강에도 좋지 않다. 공부를 계속하라. 평생 학습은 뇌의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전략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라. 운명은 어떻게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노력은 어느 정도 생각한데로 이루어진다.


공부란 문자로 쓴 책을 읽는 것이다. 문자가 발명된 것은 기껏해야 만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인류 역사의 대부분은 문자가 없었다. 사람들은 문자가 얼마나 커다란 선물인지 모른다. 문자가 없다고 한 번 생각해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유전자엔 독서하는 특질이 새겨질 겨를이 없었다. 진화와 유전자는 만 년 만에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 호기심은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물려받았다. 독서는 그만큼 선천적인 면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 문자는 바로 책이다.


나이가 들면 뇌도 늙어가고 기억력도 떨어진다. 어느 누구도 이것을 피해갈 수 없지만 지혜의 길로 우회할 수 있다. 뇌 과학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또 들으면 뇌에서 기존 정보가 저장된 신경세포가 아니라 다른 곳에 저장한다. 같은 기억이 한 군데에 축적되어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들은 다이내믹하게 스위칭 된다.

https://doi.org/10.1016/j.cub.2021.10.004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새삼 다른 느낌이 드는 경험은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그 경험이 강렬할수록 그 사람은 더 많은 지식과 경험으로 자신을 바꾸었다는 의미이다. 같은 것을 다시 읽으면서도 기존 기억을 회상만 한다면 그는 옛날 그대로의 사람이다. 그러나 그동안 배우고 경험한 것을 배경으로 새로이 다른 신경세포에 저장된다면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면 그는 ‘지혜의 길’을 걸은 셈이다.


문자와 독서는 최고의 선물이자 인간역사를 이끌어온 추진력이다. 우리 사회에서 독서는 멸종의 길을 가고 있다. 서점과 출판사가 사라지고 도서관은 시험공부만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우리사회가 혼탁하고 싸우고 피로한 배경이자 퇴락을 암시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거의 40%가 1년 내내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2019). 나이가 많을수록 악화되어 40대 45%, 50대 53%, 60대 이상 75%이다. 청소년이 읽은 책의 대부분은 입시나 취업 또는 돈과 관련된 책이다. 인간의 뇌는 유연하여 환경에 따라 바꾸는 가소성(可塑性)이 있다. 인간만이 가진 가소성은 아니지만 가장 큰 가소성을 가진 존재가 인간이다. 학습을 하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달라진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임을, 지혜로운 인간 사피엔스(Sapiens)를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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