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17개 선진국 중 14개국은 가족이라고 답했다. 복수로 대답하도록 한 설문결과 전 세계적으로 가족 38%, 직업 25%, 경제적 풍요 19%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만 돈 즉 ‘경제적 풍요’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경제적 풍요가 1위, 건강이 2위, 가족은 3위로 16%로 17개 국가 중 16위를 차지했다. 자기 자신의 경제적 풍요와 건강이 우선이고 가족의 중요성마저 3위를 차지한다. 종교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응답률은 미국이 15%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1%로 17개국 중 15번째였다. 종교적인 태도도 이중적이다. 극성맞은 종교생활과는 달리 그것의 의미는 아주 낮다. 단지 사후 삶에 보험을 드는 태도가 엿보인다(2021년 연구).
2014년 서 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개설한 ‘행복의 과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겐 첫 시간 질문이 날아갔다. “너희를 가장 행복하게 해줄 사건은 무엇이냐.” 강좌를 개설한 15년 전부터 해마다 1위는 한결같다. ‘복권 당첨’. 우리나라 성인의 62.8%가 1년에 1회 이상 로또를 구입한다(2022년). 일본에서는 ‘부자가 되기 위한 중요 사항’이라는 소재로 연간소득 3천만 엔 이상의 고소득자 1천 명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고 소득자는 자신의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을 저 소득자는 로또처럼 운이 굴러들어오는 것이라는 답이 많았다.
행운을 바라는 심리는 비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이 세상은 우연이나 행운 그리고 불운이 많이 존재한다. 복권당첨, 암 발병, 교통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인과관계 즉 자신의 노력으로 얻는 일이 훨씬 더 많다. 세상은 인과와 운이 공존한다. 몇 억이 걸린 아파트도 ‘로또 청약’이라며 제비로 뽑는다. 시험도 모르면 찍어서 붙기도 하고 아는 문제도 틀려서 떨어지기도 한다. 인생은 운이나 ‘우연’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태어난 나라와 부모 운은 절대적이다. 태어난 나라에 따라 평생 소득의 50% 이상이 결정된다. 부모가 물려준 DNA가 30%, 자라난 환경이 10% 비율로 소득에 영향을 미친다. 나머지가 살면서 만나는 행운과 불운, 은인과 악연이 섞인 것이다. 학교, 친구와 배우자, 친구와 동료 등도 우연으로 작용한다. 순수한 개인의 능력은 제로에 가깝다. 인생 성취의 8할은 운이다. ‘인간관계가 좋으면 행복하다.’는 연구결과도 친구가 많아서 행복한 건지, 행복한 사람이 친구가 많은 건지 모른다. 나의 성취가 내 능력보다 운에서 왔다는 걸 알면 겸손해질 수 있다(“인생 8할은 운…능력주의 함정 벗어나야” 의사 출신 경제학자가 밝혔다, 조선일보, 2023.12.9.).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분의 1로 벼락에 맞아 사망할 확률보다 낮다. 1등에 당첨되기 전에 벼락으로 숨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로또를 사면 일주일간 즐겁다. 막연한 희망이 행복을 준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의 엘렌 랭거(Ellen Langer) 교수는 이를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불렀다. 운과 우연마저도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선택한 번호가 복권 당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 착각이라는 것이다. 이론이 어쨌든 행복하다. 당첨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다. 복권 판매액의 절반은 불후 이웃돕기 등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인다. 당첨되더라도 놀라지 말라. 세금을 30%내외 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