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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망"을 넘어서 살기 위해

2020년 1월 하버드 대학 프랭크 후(Frank Hu) 교수는 수명을 10년 연장할 수 있는 5가지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했다.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고,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며, 체질 량이 정상이고, 하루에 30분 운동하고, 양질의 식단을 섭취하는 ‘간단한’ 생활습관이다. 금연과 적당한 음주(여성은 하루 2잔, 남성은 하루 4잔), 18.5~24.9의 체질량지수,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 건강한 식습관이다. 현대인에게 건강한 식습관이 가장 어렵다. 채소와 과일, 생선 위주로 먹고, 가공식품, 정제곡류, 고지방 유제품 등을 줄인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술 담배 조절이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그렇게 ‘맛있는’ 걸 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많다.


얼마 전 아내로부터 들은 얘기이다. 지인의 남편이 암으로 위태롭다는 소식이다. 그 분은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뭐든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암에 걸렸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우연성이 많은지 실감나는 소식이다. 질병 중에는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 또는 질병불안장애(illness anxiety disorder)라는 것이 있다. 병에 걸릴까봐 노심초사하는 증상으로 일종의 병이다. 이런 사람은 의외로 많아 인구의 5% 정도가 겪는다.


건강 염려증이 심한 사람은 실제로도 평균 5년 정도 일찍 죽는다. 건강 염려증이 있는 사람은 일찍 죽을 가능성이 84% 높다. 결혼 여부, 교육 수준, 생활수준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했어도 69%나 높았다. 자연사 발생률이 60%, 자연사가 아닌 것은 2.43배나 높았고 자살은 4.14배이다. 건강 염려증으로 판정을 받는 사람이 낮기 때문에 진단되지 않은 환자를 고려한다면 사망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사람들은 만성 스트레스로 알코올과 약물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고, 심각한 질병이 있는 것으로 진단될까 봐 무서워 의사를 찾지 않는다. 건강 염려증은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건강 염려증까지는 아니어도 지나치게 건강을 챙기는 것도 스트레스이다.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psychiatry/fullarticle/2812786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이다. 지나친 스트레스 속에서 살면 수명이 20년이나 줄어들 수 있다.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면역체계가 무너진다.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원숭이는 가장 적게 받는 원숭이보다 수명이 4분의 1나 적다. 사람으로 따지면 20년 정도 수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산다. 자신이 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지나치거나 도저히 피할 수 없으면 그만 둘 것은 생각해보아야 한다. 계속 버티면 ‘이생망’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위기에 봉착한 사람이 많다. 우리는 살기 위해 산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번 생은 행복(‘이생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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