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과학뉴스

서평 『시간의 기원』: 인플레이션이론


인플레이션 이론은 1980년대 초에 이론물리학자 앨런 구스(Alan Guth) 등이 제안했다. 빅뱅이론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원래는 우주 초기에 중력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극강의 척력(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가정을 도입하여 팽창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이었다. 이 이론의 선구자들은 몇 단계의 계산을 거친 후 태초의 우주가 몇 분의 1초 동안 10의 30승배로 커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자 하나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은하수만큼 커진 셈이다. 우주 초기의 짧은 시간 동안 우주의 팽창비율(팽창하기 전과 팽창한 후의 부피 비율)은 그 후 138억 년 사이의 팽창 비율보다 크다.


대체 우주 초기에 어떤 물질이 있었기에 공간을 그렇게 빠르게 부풀릴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 이론의 선구자들은 그 후보로 스칼라 장(scalar field)을 제시했다. 스칼라 장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전기장이나 자기장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단순하다. 스칼라 장은 양자 장(quantum field)의 일종으로, 인플라톤 장(inflaton field)이라 하는데, 발견된 적은 없다. 2012년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서 발견한 힉스 장(Higgs field)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스칼라 장은 중력을 야기하는 양의 에너지뿐만 아니라 밀어내는 중력(반 중력)을 야기하는 마이너스 압력(negative pressure)으로 공간을 균일하게 채우고 있다. 스칼라 장의 밀어내는 반 중력이 잡아당기는 중력보다 강하기 때문에 공간이 점점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이론의 선구자들은 우주 초창기에 인플라톤 장이 발휘하는 반 중력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잡아당기는 중력을 압도하여 빅뱅이 일어났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추상적이었던 빅뱅이론이 한층 더 구체화된 것이다. 초기 우주는 인플라톤 장에 의해 아주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규모로 팽창했다.


인플라톤 장의 값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특성 때문에 우주는 초단시간 동안 빠르게 팽창하다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었다. ‘변하는’ 인플라톤 장은 인플레이션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이 어느 시점에 마무리되려면 인플라톤 장에 저장된 방대한 에너지가 어디론가 배출되어야 한다. 그것은 열(heat)이었다. 인플레이션이 멈췄을 때 인플라톤 장에서 방출된 에너지는 뜨거운 복사에너지의 형태로 우주를 가득 메웠고, 이들 중 일부는 물질로 변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2을 통해 에너지가 물질로 변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단계에서 방출된 에너지는 거의 10의 50승 톤에 달하는 물질을 생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의기원.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평 『시간의 기원』: 우주의 탄생, 인간과 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