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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간의 기원』: 표준모형과 대통일이론


표준모형은 물질과 그들 사이에 작용하는 세 가지 힘을 설명하는 이론체계이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개발된 표준모형은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와 힘을 공간에 퍼진 장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양자장이론(quantum field theory)이다.


표준모형에 의하면 전자와 쿼크 같은 물질 입자는 공간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작은 당구공이 아니라, 양자장이 국소적으로 들뜨면서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물질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역장(力場, force field)이 들뜨면서 나타난 입자는 힘을 매개하는 입자로서, 이들을 통틀어 보손(boson)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는 전자기장이 들뜨면서 생긴 ‘입자를 닮은 양자’이다. 두 개의 전자가 상호작용을 교환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들은 전기전하가 같기 때문에, 가까이 접근하면 전기적 반발력이 작용하여 상대방을 밀어내는데, 표준모형은 이 현상을 ‘두 전자 사이에 교환되는 광자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로 설명한다. 두 개의 전자가 서로의 영향권 안으로 진입했을 때 한 전자가 광자를 방출하면 다른 전자가 그것을 흡수하고, 이 교환과정을 통해 두 전자는 약간의 ‘발길질’을 느끼면서 서로 멀어지게 된다.


광자는 질량이 없다.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graviton)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약력과 강력을 매개하는 보손은 꽤 큰 질량을 갖고 있다. 약력과 강력이 초단거리에서만 작용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매개입장의 질량이 클수록 힘이 작용하는 거리가 짧아진다. 전자기력과 중력은 매개입자의 질량이 0이기 때문에, 우주를 가로질러 무한히 먼 거리까지 작용할 수 있다.


표준모형의 확장 버전인 대통일 이론(Grand Unified Theories, GUSs)은 중요한 예측을 내놓았다. 우주의 온도가 태양 중심부보다 수십억 배 이상 높았을 때 약전자기력과 강력은 하나의 힘으로 통일된 상태였고, 물질과 반물질 사이에도 완벽한 대칭이 존재하여 똑같은 양만큼 생성되었다. 그러나 대통일 이론에 의하면 그 안에서 구성 요소들 사이에 약간의 혼합이 허용되었고, 그 결과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positron)가 양성자로 변했다. 이런 변신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원시 우주의 대칭이 붕괴될 때 물질이 반물질보다 조금이라도 많아졌을 것이다. 그 후 모든 반물질은 물질과 접촉하여 사라지고, 우주는 고에너지 광자(감마선)로 가득 차게 되었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서 생성된 광자는 오늘날 차가운 마이크로파 우주배경복사로 남아, 그 옛날 물질 반물질 소멸사건이 대대적으로 일어났음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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