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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간뿐만 아니라 문화도 진화해왔다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시간이 지나도 집단 내에서 지속되는 행동을 문화라고 한다. 동물의 문화도 인간 문화처럼 이전 행동을 기반으로 한 행동이 순차적으로 쌓여 누적될 수 있다는 증거가 많다. 그러나 상호 관찰을 통해 새 기술을 배우고 이것이 누적돼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 고유 특성으로 여겨져 왔다.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며 자부심을 갖는다. 인간은 물론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들에 비하여 분명 대단한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가 까맣게 모르는 것은 인간의 문화도 진화의 유산이라는 점이다. 문화는 결코 인간만의 고유한 것이 아니다. 인간 이외의 동물도 문화가 있다는 것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49년이다. 50년 이상 전에 알려졌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2024년 침팬지도 사회적 학습과 문화발전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에 따르면 침팬지는 사회적 학습을 통한 문화 발전은 불가능하며, 그 증거로는 사육되는 유인원들이 견과류 깨기 같은 문화적 행동을 ‘독립적으로’ 발전시키는 사례가 제시돼왔다고 한다. 그러나 침팬지도 사회적 학습 능력이 있으며 누적적 문화 진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밝혀냈다는 연구이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오랫동안 밝혀진 사실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4-01836-5#citeas


2021년 4월「사이언스」에 게재된 리뷰 논문은 70년 동안 이루어진 동물행동 연구를 검토하여 동물의 문화현상을 설명한다. “We are not alone.” 리뷰 논문 초록의 첫 문장이다. 인간이나 영장류뿐만 아니라 새, 물고기, 곤충도 자신의 문화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또한 동물들의 교육과 문화전파에 대한 사례를 다양하게 보여줬다. 동물이 새끼일 때는 주로 부모로부터 배운다. 그러나 커갈수록 집단의 다른 동물로부터 배운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동물이 있는 경우 따라다니며 배우기도 한다. 인간의 아이들도 처음에는 부모로부터, 그리고 친구들로부터, 학교에서 선생님 집단으로부터 그리고 대학원에 가면 지도교수로부터 배운다. 심지어는 초파리에게도 유사한 행동이 나타난다. 초파리 암컷이 짝짓기 때 특정 수컷을 선호하자 다른 초파리 암컷도 비슷하게 수컷을 골랐고 이후 대를 이어 지속했다. 성인으로 자란 유인원이이나 영장류는 새로운 집단에 합류하면 그곳의 문화를 배운다. 동물 집단에서도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야생의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래나 돌고래 등이 도구 사용이나 털 고르기, 성적 행동 등의 관습들이 지역 사회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문화의 특이성, 언어의 다양성 같은 것이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동물이 문화를 물려받는 것은 널리 보편적으로 퍼져있다. 문화적인 것과 진화는 상호작용도 한다. ‘문화차이’로 다른 먹이를 먹게 된 범고래의 소화기관이 다른 형태로 진화한다. 같은 동물이라도 지역이나 무리에 따라 문화가 다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보면 인간의 문화가 오랜 진화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인간의 문화와 관습들은 셀 수 없는 수준으로 많다는 것, 세대를 거쳐 축적되는 문화의 진화 양상이 정교하고 점진적이라는 것, 관습을 학습할 때 모방의 수준이 매우 높고, 때로는 모방을 뛰어넘기도 한다는 것 등의 차이가 있다. 우리 인간은 우주에서 나 홀로 있는 생명도 문명도 아니다. 지구외의 생명은 이제 막 찾기 시작했다. 우주는 거의 무한하게 커서 우주에 생명이 없다는 주장이 오히려 이상하다. 지구상에서도 인간은 나 홀로 문명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닐 캠벨(Neil Campbell)은 세계적인 생물학 저서『Biology』에서 진화는 변화의 과정(process of change)이라고 정의했다. 물론 생명의 진화이니 생명의 변화를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주도, 생명도, 인간도 그리고 문화도 변한다. 인간이 생각하는 종교와 ‘신’도 계속 변화되었다. 모든 것이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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