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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기원과 생명다양성

생명계에서 ‘새로운 것’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나타난다. 하나는 변이이다. 다른 하나는 유성번식 즉 섹스를 통한 번식이이다. 새끼는 부모의 형질을 이어받지만 변이도 나타난다. 쉽게 말해 부모의 유전자합계와 다르다. 이것이 변이이다. 변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 진화로 그리고 종 분화로 이어진다. 동물의 성별은 다양한 방법으로 결정된다. 어류인 흰동가리 수컷은 나이가 들면서 암컷이 된다. 파충류인 바다거북과 악어는 알에서 부화할 때 주변 온도가 높으면 암컷, 낮으면 수컷으로 정해진다.


최초의 동물은 5~10억 년 전쯤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섹스를 통하여 번식을 한 최초의 생명체도 약 10억 년 전에 등장했다. 가장 오래된 동물 성염색체는 약 1억8000만 년 전 철갑상어에서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2024년에는 훨씬 오래된 형태의 성염색체를 문어에서 발견했다. 3억8000만 년 전(4억5000만 년에서 2억5000만 년 전 사이)경부터 문어의 성별을 결정해온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Cephalopod Sex Determination and its Ancient Evolutionary Origin Revealed by Chromosome-level Assembly of the California Two-Spot Octopus | bioRxiv


왜 생명의 세계에 섹스에 의한 생식이 나타난 것일까. 생명체들이 왜 섹스를 시작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성의 분화와 섹스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다.


생명계에 섹스가 생긴 것은 병원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가 같은 동물들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의 좋은 먹이가 된다. 병원균이 생명체의 결정적 약점부위를 인식하고 나면, 병원균은 하나의 개체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그 개체군 전체를 휩쓸어 버릴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섹스를 통해 번식하는 종은 유전자가 완전히 다른 개체군과 개체를 형성하며, 꾸준히 유전자의 구성을 바꾼다. 따라서 병원균은 유전자가 각각 다른 종을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섹스 없이 증식하는 박테리아도 유전자가 손상되어 불리해지면, 유전자 교환을 통해 형질을 다시 개선하도록 노력한다. 


어떤 우렁이는 주로 섹스와 무관한 방식으로 자가 복제를 통해 증식한다. 그러나 서식지에 기생충이 출현하면 우렁이들은 곧장 섹스로 전환된다. 우리 자신이 개성, 다양성, 탄력성 그리고 섹스로 가득 찬 세계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마 그런 역겨운 식객들 즉 병원균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섹스가 출현한 것은 자연사가 계속 발전해 가는 데 지극히 중요했다. 섹스는 늘 움직이게 할뿐만 아니라 참으로 엑기스 중의 엑기스만 생존하도록 한다. 섹스를 통한 생식은 진화를 촉진시켰다. 섹스에 의한 번식의 출현으로 촉발된 진화속도의 증가는 그렇게도 많은 생명체들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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