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년 전 다세포 생물의 등장과 4차원 시공간
물리학을 믿는 사람은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하는 것은 단지 어리석은 환상이란 것을 안다.
People like us, who believe in physics, know that the distinction between past, present, and future is only a stubbornly persistent illusion.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시간을 구분하는 것이 물리학적으로 환상이라는 것은 과학적인 사실이다. 시간과 공간도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으로 보는 것이 상대성이론이다. 과학을 떠나 현재 우리 인간도 과거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결코 과거는 지나가 사라진 시간이 아니다. 물리학이 주장하는 대로 시간은 환상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시간을 과거로부터 미래로 흘러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래야만 역사를 기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환상일지도 모를 지구의 역사는 45억 년이 되었다. 지구역사 45억 년은 크게 선캄브리아기와 현생누대로 나누어진다. 선캄브리아 시대(Precambrian)는 약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된 때부터 약 5억 여 년 전 이전까지이다. 현생누대는 약 5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이며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나뉜다. 선캄브리아기는 약 45억 년 전부터 25억 년 전까지의 시생대(Archean)와 원생대로 나누어진다. 원생대는 약 25억 년 전부터 고생대가 시작하는 약 5억 5천만 년 전까지이다. 원생대에 다세포생물(multi·cellularity)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 인간은 신생대에 살고 있는 다세포생물이다.
앞으로 약 5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면서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행성들을 집어삼킨 후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아주 먼 미래에 태양계가 죽고 나면, 이 원자들은 다시 한 번 은하계에 멀리 퍼져나가서 새로운 별을 만드는데 섞여 들어갈 것이다. 태양과 지구의 역사는 100억 년이면 종결된다. 태양계를 구성하는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은 갈기갈기 찢겨져서 우주의 먼지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 먼지들은 언젠가는 다시 뭉쳐져서 또 다른 태양을 만들고 행성들을 만들지도 모른다. 다시 생명이 탄생하고 고등생명체가 나타나고 문명이 만들어지고 다시 최후를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의 삶과 시간이란 정말로 환상일지도 모른다. 세계가 마야(maya) 즉 환상이라고 보았던 고대 인도문명의 관념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것과 다르지만 놀라운 발상이다.
인간 같은 다세포 생물은 약 20억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했다. 단세포 생물이 세포분열 후 두 개의 독립된 세포로 되지 못하고 그대로 붙어있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돌연변이 때문일 것이다. 돌연변이 또는 변이는 진화가 일어나는 원인이자 생물 종이 새로 나타나는 원인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뿐만 아니라 인간도 돌연변이로 탄생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서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되어 나타났다. 진핵생물은 집단을 이루어 뭉쳐졌고 결국은 다세포 생명체를 형성하였다.
단세포 생물과 다세포 생물의 중간단계로 보이는 화석도 발견되었다. 스코틀랜드 고지대에서 나온 약 10억 년 된 미세 화석에 나타난 생물(Bicellum Brasieri)이 그것이다. 이 생물은 단세포 생물보다 복잡하지만 완전한 다세포 생물은 아니어서 그 중간 단계에 있는 생물로 추정된다. 2021년까지 기록된 가장 초기 형태의 다세포 생물이다. 이번 발견은 다세포 동물의 진화가 최소 10억 년 전 일어났으며 동물 진화 이전의 초기 사건은 바다가 아닌 호수와 같은 담수에서 있어났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지구상의 생물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졌다. 만일 호수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확인되면 생명의 역사를 다시 써야할 것이다.
아마도 20억 년 전쯤에 다세포생물은 진화되어 나타났을 것이고, 10억 년 전쯤에는 다세포생물은 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세포 생물은 세포 간에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다양한 기능을 하는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 단세포 생물은 세포는 하나이지만 살면서 다른 유형의 세포로 바뀔 수 있다. 단세포 생물 중에서 다세포 동물에 가장 가까운 아메바류(Capsaspora owczarzaki)를 연구한 결과이다. 다세포생물이 공간적으로 분화된 세포들을 가졌다면 단세포는 시간적으로 분화하는 세포인 셈이다. 세포는 하나이지만 생애 전체를 보면 여러 세포를 가진 셈이다. 단세포 생물의 시간적으로 분화된 세포 기능이 다세포 생물의 출현과 진화에 기초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세포 생물과 단세포 생물 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셈이다. 시간의 분리가 공간의 분리로 진화되어 다세포 생명이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인이 말한 대로 시공간은 하나일 것이다. 여전히 과학자들은 시간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확실하게 모른다. 그것은 시간을 분리하여 볼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