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십여 년 사이에 높아졌다고 한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유독 체감 탁도(濁度)가 낮아지지 않는 부문이 ‘교육’계라고 한다. 정부 부처 가운데 교육부가 비위건수가 1위였고, 그중에 일선 교사들의 비위가 1만5305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묵묵히 교단을 지키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조차 ‘일부의 이야기’라고 항변할 힘이 없을 지경이다. 기자, 세리, 경찰이야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교사는 애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피해갈수 없다. 80년대, 기자가 선호직종 상위에 꼽혔던 때가 있다. 군사정권의 채찍과 당근 정책에 따라 언론계에 각종 특혜와 ‘뒷돈’이 횡행했던 때와 일치한다. 교사가 선호직종 선두권으로 뛰어오른 배경에 관행화된 부수입의 계산이 도사리고 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머니투데이, 2006.9.26.).
기원전 3200년 무렵 수메르 인들은 지금의 이라크 지역,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살면서 가장 오래된 문명을 창조했다. 이들의 가장 혁혁한 공은 무엇보다 인류 최초의 문자라는 ‘쐐기(설형)문자’를 발명했다는 것이다. 기억력의 한계를 느낀 그들은 점토판에 글자를 새겨 경제와 행정문서로 활용했다. 그리고 글을 쓸 필경사를 양성해야 했다. 인류 최초의 학교인 에두바(edubba)가 탄생한 것이다. 1902~1903년 사이 상당량의 수메르 학교 교과서가 발굴됐다. 그리고 말썽꾸러기 아들을 꾸짖는 내용을 담은 기원전 1700년 무렵의 수메르 점토판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꾸짖는 아버지와 학교공부는 팽개치고 거리를 맴도는 아들 간 팽팽한 신경전을 볼 수 있다. “쉬는 날은 사흘이다. 예배 보는 날도 사흘이다. 달마다 24일은 난 학교에 다녀야 한다. 지겨운 학교.” 점토판에 쓴 수메르 인의 글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거기에는 체벌과 매질도 보인다. 학교체벌의 역사가 4000년이나 된다. 체벌을 받는 학생의 아버지는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했다. 아버지는 선생님과 술잔을 기울이며 식사를 했다. 선생님에게 새 옷을 입히고 선물을 주었으며. 반지를 끼워주었다. 인류최초의 촌지였던 것이다. 기분이 한껏 고조된 선생님은 학생을 마구 칭찬하기 시작한다(경향신문, 2012.10.10.).
언제 적 일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촌지사건이 나고 수사가 이루어졌다. 한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준 사실이 밝혀졌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 반의 다른 학부모들은 모두 촌지를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경찰인지 검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교사의 촌지수첩이 발견되었다. 한 사람만 빼고 모두 촌지를 정기적으로 주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촌지를 주지 않은 부모는 이혼상태였고 너무 가난하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촌지를 받는 교사가 있다면 주는 학부모가 있다. 선생을 욕하는 사람은 필시 학부모일 것이다. 누가 누구를?
이제 촌지라는 말썽의 소지를 아예 없애기 위해 스승의 날은 모든 학교가 휴무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현실이다(연합뉴스, 2011.9.20.).
교육 비리는 새로운 기법도 나오고 있다. 사교육 업체와 유착한 현직 교사들이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는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023년 9월부터 3개월간 실시한 감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교원과 학원 관계자 등 56명을 수사해 달라고 2024년 2월 초부터 3차례에 걸쳐 요청했다. 세 번이나 요청했다는 것은 수사를 안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선거 때문에 표를 의식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수능 출제 또는 EBS 수능 연계교재 집필에 참여한 다수 교사가 사교육 업체와 문항을 거래한 것도 감사에서 드러났다. 수능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여러 번 참여한 고교 교사는 6억 6천만 원을 받아 3억 9천만 원은 ‘조직’에 참여한 교원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억 7천만 원은 자신이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SBS, 2024.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