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도 그렇지만, 중세에도 부자들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남들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었다.” 피터 프랭코판(Peter Frankopan)의『실크로드 세계사』의 글이다. 실크로드를 따라 거래되었던 비단과 모피, 보석과 말, 향신료와 차는 당시 부자들이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던 상품이다. 실크로드는 욕망의 도로였다. 우리는 모두 욕망한다. 이전엔 살 수 없었던 사람들도 사치품이 상품이 되고 구매력이 생기면서 그것을 구매한다. 금욕 또한 하나의 상품이다. 모두가 욕망을 소비하는 시대에는 금욕이 차별화의 수단으로 쓰인다. 금욕 또한 욕망으로 소비된다. 인간은 욕망을 소비하는 동물인 것이다(욕망의 소비, 동아일보, 2020.5.11. 김영준 작가).
인간은 생존과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에 휘둘리며 산다. 그것은 동물과 생물세계의 공통적인 본질이다. 물론 생존과 번식은 현실의 삶에서 중요하다. 스스로는 못 느끼지만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다른 인간과 연합하여 권력을 추종하며 거슬리는 적을 죽이기도 한다. 이런 ‘투쟁’은 유인원 세계의 공통점이다. 침팬지도 인간같이 권력투쟁을 벌이며 자기편을 끌어들이고 방해가 되는 침팬지를 소리 소문 없이 죽여 버리는 행동을 한다. 인간의 삶은 진화의 유산이다.
그러나 인간은 특이하게 변이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바로 종교적인 모습과 탐구하는 모습이다. 다른 동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인간고유의 특질이다. “오직 진실에 봉사할 뿐이다. 진실이 내가 복종을 맹세한 유일한 왕이다.”(카시러, Ernst Cassirer, 1874~1945) 인간세계에는 탐구를 일로 하는 학자들이 나타났다. 젊은 시절, 어떻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은 뉴턴은 ‘그것에 관해 계속 생각해서 발견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물론 물리적 세계를 인간이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에 대한 어떤 믿음들이 사실임을 확신할 수 있다. 이성과 관찰을 적용하여 세계에 대한 잠정적 일반론을 발견하는 것을 우리는 과학이라고 부른다. 과학은 확률적이고 늘 수정해야 하는 지식이다. 과학은 지식을 얻는 방식에 대한 패러다임이다. 세계를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것, 후보로 떠오른 설명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 지식이 늘 임시적이고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 이것이 곧 과학이다.
2024년 3월「네이처」는 학계에 계속 남아 연구 활동을 펼치는 11명의 학자들이 왜 학계에 남았는지 이유를 들은 내용을 소개했다. 대부분 학자들은 “학계에서 연구하는 것이 흥미롭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제자를 양성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학자와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즐겁다.’, ‘학문적인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을 공유해 더 발전된 결과를 찾는 의미가 있다.’, ‘미해결 문제의 답을 열정적으로 찾을 수 있고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다.’, ‘연봉이 절반 이상 줄면서 학교로 왔지만 학자들과 교류하며 연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후회한 적 없다.’,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여 학자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보람 있다.’, ‘학계에서 연구한다는 것은 미지의 영역을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으며 산업계에서는 좁은 범위에서 특정 목표를 위해 하지만 학계에서는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따를 수 있어 연구에 대한 자율성과 학문적 호기심을 누릴 수 있다.’ 등의 답변을 하였다. 학계에 오래 동안 남으려면 삶과 연구의 균형을 유지하고 우선순위에 집중하며 신중한 결정을 내리라는 조언도 했다.「네이처」도 이공계 우수한 인재들이 다른 분야로 유출되지 않게 하려면 과학자로서 호기심과 탐구욕을 채울 수 있고 일과 삶에서의 균형을 유지할 환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4-00724-2
찰스 파스테르나크 옥스퍼드대학 국제생물의학센터 소장은 저서『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2008년 번역출간)에서 ‘호기심’과 ‘탐구’가 오늘날의 인간을 만들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인간의 유전자와 뇌는 생존과 복제를 위하여 나타났는데 우리 인간은 과학을 연구하고 과학에 몰입하고 있다. 인간은 우주를 관찰하고 이해한다. 그래서 인류가 특별하다. 우리 인간이 이 우주의 한 귀퉁이에서 진화의 우연한 결과로 작은 존재로 태어났지만 우리가 특별한 것은 바로 탐구정신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