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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악마를 발견한 인간, 악마는 인간이었다


『코스모스』가 그냥 성찰에만 머물렀다면 그저 그런 인문 철학 서적으로 끝났을 것이다.『코스모스』에는 우주와 그 신비를 이어받은 존재로서 인간이라는 종이 나아갈 미래를 깊이 성찰하고 그 실천 방향도 제시한다.『코스모스』는 인간을 지구 밖으로 초대하여 광대한 우주의 관점에서 보게 한다.


인류가 우주적 관점에서 자신을 성찰할 때 지구라는 행성 ‘안’의 갈등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모든 생명과 인류 그리고 전 우주로 관점을 폭넓게 할 수 있다.『코스믹 커넥션』에서 칼 세이건은 외계 문명에 지적생명체가 있어 지구상의 인간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지구를 파멸시킬 수 있는 무기를 갖고, 끊임없이 잔혹한 전쟁을 벌여 죽고 죽이고, 사소한 일로 아웅다웅 싸우는 인간이 ‘악마’로 보일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안에서 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려고 했던 인간 폭력과 전쟁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인간의 어리석음과 허무함이 드러난다. 인간은 그렇게도 차지하려고 했던 땅에 한 점의 흙이 된다.


1993년 출간한 칼 세이건과 그의 아내 앤 드루얀이 공동으로 쓴 책『잊혀 진 조상의 그림자(Shadows of Forgotten Ancestors)』는 1980년대 초부터 쓰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과 소련의 군비확장 경쟁과 냉전이 한창이었다. 이 책은 인간들의 어리석은 전쟁과 폭력행위의 기원을 파헤쳤다. 인간의 진화적 기원을 파헤치며 폭력과 전쟁을 해결할 수 있는 희망을 제시한다. 전쟁은 꼭 인간만이 하는 행위는 아니다. 침팬지도 전쟁을 한다. 심지어 어떤 종은 같은 종을 먹이로 삼는다. 인간 폭력의 기원은 진화에서 유래하였다. 우리 인간은 그 점을 알고 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또한 생물학적 진화를 보는 관점을 넘어서야 함을 강조한다.


이렇게 우리 인간이 우주, 생명과 인간의 기원과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하고 외계 생명체를 찾는 것은 사실 하나의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함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이다.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밝혀진 하나의 답은 이렇다. 우리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원소가 모여 생각하는 뇌를 만들고 인간의 의식이 나타난다. 생명과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는 별들이 탄생하고 소멸하면서 만들어진 먼지로부터 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찾고 있다. 물리적으로 인간은 결국 별들의 자식이고, 죽고 나면 우주의 구성 물질로 돌아간다. 이들 물질들은 또 다른 생명의 구성 물질이 되거나 다른 별과 행성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광활한 우주 속에 흩뿌려진다. 세상을 살면서 제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고, 권력을 쥐고 부를 누렸어도 인간은 모두 언젠가 한 줌의 재로 돌아갈 뿐이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인간이 초라해지고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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