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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산맥에서 시간의 과학을

2024년 3월 31일 안데스산맥 깊숙이 있는 페루 우루밤바에 있다. 새벽 4시가 넘었다. 서울은 오후 6시가 넘었을 것이다. 시간이 무엇인지는 사실 과학적으로 ‘오리무중’이다. 시간에 대해 말한 철학자들의 주장은 그야말로 잡다하다. 시간이 현실이라고 주장한 고대인들이나 환영이라는 보는 인도 철학자들이 있다. 시간이 순환된다고 보기도 하고 직선적 관점에서 시작과 끝이 있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는 시간 안에서 해매고 있다. 정신없이 살아온 과거도 정신없이 살고 있는 오늘도 산만하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한 가지를 잊지 마십시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베드로후서 3.8.)이 참 어울리는 말이다. 스케줄 달력에 일정이 진을 쳐도 그 하루를 천 년같이 평화롭게 안달복달하지 않고 살아갈 일이다. 또한 천 년을 하루처럼 어떤 혼란에도 평정심을 가지고 사는 마음을 가져야 할 듯하다.


국가마다 표준시가 존재하고 시간이 다르다. 하루를 측정하는 시간은 지구의 자전주기를 기준으로 하지만 자전 속도는 조금씩 달라진다. 이 때문에 원자의 진동수를 기준으로 한 ‘원자시’에 1초를 더하거나 빼는 윤초를 적용한 세계협정시를 사용하고 있다. 1972년 도입된 윤초는 지금까지 27차례 시행됐으며 지금까지는 모두 1초를 더하는 플러스 윤초가 적용됐다.


그러면 우주는 현재 몇 시인가.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은 축구장만한 크기로 약 350km의 높이에서 지구를 매일 15.7바퀴씩 돈다. 이에 따라 우주선을 발사한 국가의 표준시를 사용하거나 발사경과시간에 따른 시간을 사용하기도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이 지나가는 나라의 표준시를 따르면 시간의 변동성이 너무 커진다. 그래서 우주에서는 1972년 1월 1일 시행한 국제 표준시인 협정 세계시(Coordinated Universal Time, UTC)를 사용한다. 협정 세계시는 1884년 공식화 된 그리니치 표준시(Greenwich Mean Time, GMT)를 기반으로 한다. 영국의 천문학자 존 플램스티드(John Flamsteed, 1646~1719)는 국왕 찰스 2세에게 제안하여 1675년 그리니치 천문대가 탄생했다. 그리고 천문 지도를 만들기 위해 기준으로 삼을 자오선을 천문대 벽에 그렸다. 자오선은 천구 상에서 관측자를 중심으로 지평면의 남북 점이다. 1884년 10월 국제자오선회의에서 영국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를 본초자오선(기준자오선)으로 정했다. 이후 기준자오선을 기준으로 15°(360/24)씩 돌아갈 때마다 1시간씩 차이 나는 것으로 정했고, 이것이 그리니치 표준시이다. 그리고 그리니치 표준시를 기반으로 지구자전속도의 불규칙성으로 발생하는 세계시와 세계협정시의 차이가 1초 이내가 되도록 보정해주는 윤초를 도입한 협정 세계시(UTC)를 1972년부터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협정 세계시보다 9시간이 빨라 UTC+09:00로 표기해서 사용한다. 우주에서는 협정 세계시 또는 그리니치 표준시를 기준으로 사용한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류가 처음으로 시간 측정에서 1초를 빼는 마이너스 윤초를 경험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자전의 속도에 영향을 주면서 마이너스 윤초 적용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이후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내리며 녹은 물이 자전축에서 멀리 퍼져 적도 쪽으로 내려오면서 빨라지던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졌고 이로 인해 하루에서 1초를 빼 시간을 재설정하려던 작업이 오는 2026년에서 2029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연구결과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170-0#cit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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