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 홀로 살아온 법정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내 경우는 완전히 홀로 살이가 되어 이제는 고독 같은 것은 별로 느끼지 않고, 그저 홀가분하게 지낼 뿐이다.” 동감한다. 나 홀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도,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도 참 홀가분하였다.
“내 삶을 이루는 소박한 행복 세 가지는 스승이자 벗인 책 몇 권, 나의 일손을 기다리는 채소밭, 그리고 오두막 옆 개울물 길어다 마시는 차 한 잔”이라고 법정스님을 말했다. ‘필자’에게 행복은 책, 커피 그리고 자연이다. 내가 자연에서 ‘느긋하게’ 살지 못하는 까닭에 카페인이 가득한 쓴 커피에 행복을 느끼고, 채소밭을 보살필 ‘자유’를 가지지 못했기에 자연이 있는 산에서 행복을 찾는다. 법정스님의 말대로 “늘 모자랄까 봐 미리 준비해 쌓아 두는 마음이 곧 결핍”이다. 더 갖고자 하는 이 시대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삶을 최소화(minimal life)하려고 애쓴다.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빗자루 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수의에 주머니가 없다. 죽은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사람이 빈손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죽을 때도 애써 모아놓은 모든 것을 그대로 버려두고 빈손으로 죽는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이다. 집을 뒤져보면 오랫동안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것이 많다. 신발, 책, 골동품, 부엌 살림살이 등에는 처음 사고 나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이 많다. 채우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비어있는 공간이 더 아름답다.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꽉 들어찬 욕심, 명예 등의 욕망도 절제하여야 한다. 먹는 것도 소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