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달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거나, 과식과 폭식을 하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거나, 군것질을 입에 달고 다니는 습관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럼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살을 빼고 날씬한 몸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러나 다이어트 실패는 의지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일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식탐은 호르몬으로 인한 것이지 자신의 뜻이 아니다. 배고프지 않아도 음식을 찾게 만드는 호르몬(Ghrelin)이 있는 것이다.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호르몬은 식욕을 돋우게 하여 과식을 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 호르몬은 뇌에서 코카인에 의해 활성화되는 부위에서 발견된다. 이것이 과식을 야기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결국 ‘식탐’ 문제는 인간의 의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간의 성욕이 마음대로 억제할 수 없듯이 식욕도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 실패는 장내미생물 때문인 경우도 있다
살이 찌는 것은 장내 미생물의 영향도 있다. 장내에 서식하는 당 분해 미생물이 변종이냐 아니냐에 따라 사람의 몸무게가 대략 6kg가량 차이가 났다. 더불어 변종 미생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허리둘레도 4cm가량 가늘다. 이 변종 미생물은 당분을 낙산 염(butyrate)으로 바꿔준다. 낙산 염은 변한 버터에서 흔히 발견되고 고약한 냄새가 나지만, 염증 발생을 억제하는 등 인체에 좋은 영향을 준다. 인간의 장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변종이 수만 가지가 될 수도 있다. 이들은 몸무게는 물론 당뇨 심장 뇌 신경계 등의 질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은 유전자를 바꿀 수 없지만 미생물은 쉽게 변종이 나타난다. 인간의 수명 등 건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체내 미생물이다. 자신의 장에 미생물이 변종으로 가질지 아닐지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인간에게 다이어트 자유의지는 그만큼 설 자리가 없다.
비만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도 있다
인도에서 닭이 전염병이 돌아 폐사하는 일이 이었다. 닭 전염병의 원인을 찾아보니 조류바이러스(SMAM-1)로 밝혀졌다. 그런데 죽은 닭을 해부해보니 지방이 아주 많이 축적돼 있었다. 그래서 이 바이러스를 닭에게 주입했더니 체중이 늘었다. 이는 비만의 원인이 바이러스임을 시사했다.
https://academic.oup.com/jn/article/132/10/3155/4687126
실제로 바이러스가 비만의 원인임이 밝혀졌다. 닭 농장을 하던 사람이 어린 시절에 닭에게 할퀴고 갑자기 비만 체질이 된 사례가 있다. 이 사람은 닭에게 할퀸 이후부터 금방 배고픔을 느끼고 늘 음식 생각이 났다. 이 환자에게서 Ad-36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 과거에 닭에게 물리면서 조류바이러스(SMAM-1)에 감염되었고, 이 바이러스가 Ad-36 바이러스로 돌연변이 한 것이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abs/10.1002/j.1550-8528.1997.tb00672.x
다이어트에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의지의 박약함을 탓한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성공한다. 과연 그것이 의지의 차이 즉 자유의지로 인한 것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일부 사람들은 도저히 치료하기 힘든 고도비만 유전자 등의 선천적인 요인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이어트에 관한한 얼마나 우리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지는 선천적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을 모두 알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밝혀지지 않는 것이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