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생활습관 5가지만 제대로 지키면 큰 병 없이 10년은 더 살 수 있다. 금연, 18.5~24.9의 건강한 체질량지수,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 적당한 음주 습관(여성은 하루 2잔, 남성은 하루 4잔), 건강한 식습관이 그것이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어느 것 하나 실천하기는 어렵다. 인생이란 그리 녹록치 않다. 마음대로 되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는 신장과 몸무게를 이용하여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이다. 몸무게를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키가 173㎝이고, 몸무게 70㎏인 사람의 체질량지수는 70÷(1.73*1.73)=23.4이다. 20 미만일 때를 저체중, 20~24일 때를 정상체중, 25~30일 때를 경도비만, 30 이상인 경우에는 비만으로 본다. 건강한 식습관은 건강한 식이 변화지수(Alternate Healthy Eating Index, AHEI)를 통해 점수를 매긴다. 채소, 과일, 생선 위주로 먹는 사람은 높게 평가되며, 가공식품, 정제곡류, 고지방 유제품 등을 즐겨 먹으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금연, 적당한 운동과 음주도 필요하다. 이 세 가지는 아주 건강한 사람에게는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건강하니 자제가 되지 않는다. 4~5개의 습관을 지닌 여성은 아무런 습관을 갖지 않은 여성에 비해 심장병 및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당뇨병, 암에 걸리지 않고 평균 10년 더 살았다. 4~5개의 습관을 지닌 남성은 아무런 습관을 갖지 않은 남성보다 질병에 걸리지 않고 7년 더 살았다. 담배피고 살찌고 운동 안하고 술 많이 먹고 식습관이 안 좋은 사람과 비교한 수치이니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아무튼 건강한 생활습관이 심혈관 질환 및 당뇨병 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사망률까지 낮출 수 있다.
과일과 채소는 얼마나 자주 먹어야할까.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심혈관 질환, 암, 만성 질환에 걸리는 확률을 낮춘다. 전 세계 200만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수명을 연장하는 최적의 섭취량은 하루에 과일 2회분, 채소 3회분으로 나타났다. 하루 5회분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때 사망 위험이 가장 작다. 그 이상 섭취해도 더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과일은 하루 세끼 식사 중 두 번, 채소는 끼니마다 먹어야 한다. 채소는 끼니마다 2가지 이상, 과일은 하루 한 두개 먹을 것을 권장하는 세계보건기구와 한국영양학회의 권장사항과 같다. 이렇게 먹은 사람들은 과일과 채소를 합쳐 하루 두 번 먹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13% 적었다. 그러나 가공식품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완두콩, 옥수수, 감자 같은 녹말 식품과 과일주스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금치, 케일, 상추 같은 녹색 채소와 감귤, 당근 같은 과일과 채소류가 효과가 있다. 이번 연구는 과일, 채소와 사망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한 것이지 둘 사이에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운동, 건강한 식단, 명상, 심리적 스트레스 완화 같은 생활습관은 수명과 관련있는 유전자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된다. 신체 활동을 많이 하면 텔로미어가 길고 노화도 거의 10년 정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만은 DNA를 손상시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흡연이나 과다한 음주도 텔로미어를 빨리 짧게 만든다.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식품도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칼슘이나 마그네슘이 풍부한 해조류도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해조류나 물고기를 많이 먹은 사람은 붉은 고기나 정제·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한 사람보다 텔로미어가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텔로미어 변화에는 유전적 요인이 30% 정도 관여하지만 건강한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은 70%나 된다.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 등 좋은 생활습관이 100세 건강 장수의 길을 여는 관건이 될 수 있다.
특히 과도한 스트레스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지나친 스트레스 속에서 살면 수명이 20년이나 줄어들 수 있다. 스트레스는 기근과 가뭄, 질병, 기생충, 육아, 생존경쟁 등과 관련해서도 생긴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이러한 스트레스에 면역이나 대사 같은 기능을 조절해 대응한다. 그러나 스트레스 반응을 만성적으로 활성화하다 보면 더는 면역체계와 몸의 유지 관리를 지탱하기 힘든 생리 환경이 되고 만다.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Amboseli National Park)에서 242마리의 개코원숭이 1만4000여 점의 배설물을 확보해 그 속에 든 스트레스 호르몬(glucocorticoid)을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는 수명과 큰 관련이 있음을 보여줬다. 평생 노출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상위 90%인 원숭이는 하위 10%인 원숭이보다 5.4년 일찍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코원숭이 암컷의 평균 수명은 19살이어서 강한 스트레스가 수명이 4분의 1을 줄이는 셈이 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 호르몬 노출이 생존율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첫 직접적인 증거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20년 정도 수명이 줄어드는 셈이다. 쥐 등 실험동물을 이용한 연구에서도 스트레스와 사망률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7/17/eabf6759.full
일주일 중 6일 간 식물 성분이 많고 지방 함량은 낮은 음식을 먹고, 하루 30분씩 걷기 운동, 그리고 요가, 호흡법,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한 5년간의 추적 연구 결과 텔로미어는 무려 10%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의 진행도 되돌릴 수 있었다.
우리에게 나름대로 수명을 자신의 의지로 늘릴 수 있는 기회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유전자에 의한 제약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운동을 싫어하고 술을 좋아하고 먹는 것을 즐긴다. 유전자와 뇌의 호르몬은 우리가 거역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나 느낀다. 인간의 결정론과 자유의지 사이에 끼인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