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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24. 2021

온난화와 코로나19 이후 인류의 미래


데본기 말 대량으로 주로 식물들과 민물에 사는 생물이 멸종했다. 3억5천9백만 년 전 데본기 말에 발생한 대량 멸종은 급속한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오존 감소로 강력한 자외선이 지표면에 내리쬐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지층에서 강력한 자외선이 산림생태계를 붕괴시키고 물에 사는 어류와 사지동물(tetrapod)을 죽였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동 그린란드 극지 산악지대와 볼리비아 안데스산맥 등에서 데본기 말의 암석 표본을 채취, 화학물질로 암석 속에 있는 당시 식물들의 미세한 포자들을 추출해 분석했다. 그 결과 데본기·석탄기 지질 경계 퇴적층에서 강력한 자외선에 노출돼 DNA가 손상될 때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가시 털 기형이 있는 기형 포자들이 다수 발견됐다. 이런 기형은 오존층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자외선이 생명체를 죽이거나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일으켰음을 시사한다. 당시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에 오존 파괴물질인 일산화염소의 농도가 갑자기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 중 오존 감소는 화산활동 증가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지만 데본기 말 지층의 지질학적 분석에서는 화산활동 증가나 소행성 충돌 같은 사건의 징후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 연구 결과는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후변화가 생물 다양성의 급작스러운 대량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량 멸종이 일어나는 데 화산활동이나 소행성 충돌 같은 예외적인 사건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추정대로라면 지구 기온이 3억6천만 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비슷한 오존층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후 변화 상황에 처해 있는 인류는 기후 긴급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현재의 온난화도 비슷한 오존 감소와 멸종을 초래할 수 있다. 인류의 운명은 한치 앞도 알 수가 없다.

https://advances.sciencemag.org/content/6/22/eaba0768


온난화뿐만 아니다. 2014년 항생제 내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연간 1000만 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016년에는 이에 대한 분석 연구도 나왔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증가하는 것은 분변에 의한 오염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 세균이 자연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항생제 내성균이 주로 병원에서 환자를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자연환경이 내성균의 증식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것도 우리나라 한강에서이다. 한강 하류에서 급증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상당수가 인간의 장내 세균과 병원균에서 자연에 있는 세균으로 옮아간 것임을 확인된 것이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한강의 상류보다 하류가 종류에 따라 3~30배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변에서 나온 세균만으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증가를 설명할 수 없었다. 분변에서 나온 세균은 하류에서 1만 마리 당 약 1마리 정도이었다. 그러나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세균 10마리당 한 마리나 발견됐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환경에 있는 세균을 통해 증폭된다는 것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매년 수십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인간 자신뿐만 아니라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균은 남극이나 영구 동토층에서도 발견된다. 세균들의 내성 유전자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환자나 가축에게서 나온 항생제 내성균이 자연에 있는 내성 세균들과 만나 폭발적으로 사람에게 전파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https://microbiomejournal.biomedcentral.com/articles/10.1186/s40168-019-0774-7


온난화는 바이러스의 창궐을 야기한다. 결국 2019년말 코로나19 펜데믹이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물론 코로나19는 시간이 문제이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와 감염 병이 문제이다. 코로나19처럼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알려진 동물 보유 바이러스(Spill-over Virus) 887개의 위험도를 분석·평가한 결과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는 라사바이러스이며 두 번째가 코로나19 바이러스였다. 3위는 에볼라바이러스, 4위는 한타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서울바이러스, 5위는 니파바이러스로 분석됐다. 

https://www.pnas.org/content/118/15/e2002324118



동물과 사람 간에 서로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하여 발생되는 병을 ‘인수공통전염병’ 혹은 ‘인수공통 감염 병’이라고 한다.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등의 숙주는 박쥐로 알려졌다. 박쥐 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이 숙주로 알려져 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용혈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 등도 인수공통전염병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큰 감염 병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과학자들은 사람과 동물 모두를 감염시킬 수 있는 잠재적 바이러스와 숙주집단을 파악하기 위한 ‘동물병원성 위험 예측’을 해 왔다. 오랫동안 연구를 해 왔음에도 숙주가 될 수 있는 동물들이 갖고 있는 바이러스의 0.001%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수공통 바이러스도 대부분 인간이나 가축 중심으로만 연구되었다. 이미 발견된 바이러스에 기초하여 연구하고 있어 변이 가능성과 감염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장기적인 연구가 없으면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인간은 언제 어떻게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날지 알 수가 없다.

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3001135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우연한 변이가 발생하고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에 의한 우연한 자연선택으로 탄생했다. 그것은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변화에 멸종할 수도 있고 변이로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 과연 인간의 지적능력이 과학을 얼마나 발전시켜 불확실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과학은 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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