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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Apr 23. 2021

과학적 근거로 말하는 암 예방 음식

                            [선택적 식사의 암 예방 과학]


100% 과일주스도 암과 관련된다!


당분이 많은 음료를 마시면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가당 음료뿐만 아니라 100% 과일주스도 암과 관련이 있다. 프랑스 성인 10만여 명을 대상으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9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이다. 참가자 중 2193명이 첫 암 진단을 받았다. 조사 결과 설탕을 첨가한 음료와 100% 과일주스 같이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음료가 전반적인 암 질환과 유방암의 발병 위험과 상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감미료를 첨가한 음료와 암 발병 위험 사이에서는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당분 음료가 비만 위험을 높인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고, 또 비만은 여러 가지 암의 유력한 위험 요인으로 인정된다. 과체중과 체중 증가가 가당 음료와 암 발병 위험 사이를 연결하는 요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흥미롭게도 체중과 상관없이 가당 음료와 암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가 관찰만을 기초로 했기 때문에 가당 음료가 암을 일으킨다는 인과 관계를 입증하지는 않으며,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샘플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참가자의 연령과 성별, 교육 수준, 가족력, 흡연, 신체 활동 같은 요인도 참작했고, 또 9년이라는 장기적인 추적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높다. 이번 연구는 가당 음료 섭취를 줄이고 물로 대체하고 과일주스보다는 과일을 먹는 것이 더 낫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 돼지 대신 닭


과도한 적색 육류와 가공 육류 섭취가 암을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은 여러 연구로 규명되었다. 그래서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국제암연구소(IARC)는 가공육과 적색 육류를 각각 1군, 2군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위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와 베이컨,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많이 섭취하면 위암 발생 위험이 커지지만 닭고기 같은 백색 고기는 많이 먹을수록 위암 위험을 낮춘다. 

가공육(processed meat)과 적색 육(red meat)의 과도한 섭취가 대장암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2015년에 나왔다. 가공육은 절임, 건조, 발효, 훈제 등을 거친 고기이고, 적색 육은 가공되지 않은 포유류 고기이다. 고온의 조리나 식육 가공 중에 N-니트로소화합물(NOC),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헤테로 고리 방향족 아민(HAA) 등 발암물질을 생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붉은색 육류를 과도하게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가공육 25g 정도(베이컨 한 줄) 또는 가공하지 않은 붉은색 육류 50g(두꺼운 소고기 한 조각)을 매일 먹어도 대장암 발병 위험이 20% 증가한다. 붉은색 및 가공된 육류 섭취를 일주일에 2회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 닭고기나 생선 또는 콩류를 먹는 이 바람직하다.

연구에 의하면 적색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적게 먹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 상대위험도가 41%, 가공육의 경우 57%가 높다. 반면 백색 고기를 많이 먹으면 적게 목는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도가 20% 줄어든다. 고기를 먹을 때 배추, 상추 등을 곁들여 먹으면 발암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해독 효소가 많이 생기는 만큼 야채를 듬뿍 곁들이고, 삶거나 끓여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암 발병 위험을 낮추려면 붉은 고기와 가공육 섭취를 줄이라고 하지만, 이에 반대되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연구결과는 붉은 고기와 암의 연관성에 대한 과거 증거들이 ‘약하기’ 때문에 섭취를 줄이라고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붉은 고기나 가공육을 먹는 것이 암, 당뇨병, 심장병을 유발한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 등은 가공육 섭취는 피하거나 극히 낮추고, 붉은 고기는 일주일에 3인분 정도만 먹으라고 권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여러 학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고지방 음식은 장 줄기세포 증가로 대장암 발생


장 내 세포는 매일 수백만 개씩 죽는다. 그래서 장의 줄기세포는 장 내벽의 상피 세포를 끊임없이 새것으로 바꾼다. 생쥐의 경우 장 내벽 세포가 3~5일을 주기로 완전히 새로 교체된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대장암이 생길 수 있다. 지방산은 장 줄기세포의 세포 재생에 매우 중요한 성분이다. 장에 지방(dietary fat. 음식으로 섭취된 지방)이 너무 많으면 줄기세포 수가 증가해, 대장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 고지방 먹이를 먹은 생쥐는 장의 줄기세포 수가 증가한다. 이는 고지방식이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맛있게 구운 고기는 1급 발암물질


1997년 스웨덴에서 가축이 집단 폐사하여 역학조사를 한 결과 오염된 지하수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그 오염은 인근에서 터널 공사를 할 때 사용한 방수제 성분 중에서 아크릴아미드(acrylamide)라는 화학물질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아크릴아미드는 발암 물질로 규정되었고, 음식을 120℃ 이상의 온도로 요리할 때 단당류와 아미노산 중의 하나인 아스파라긴이 반응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태우면 더 많이 발생하고, 끓인 경우에는 문제 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되었다. 이렇게 탄 음식에는 아크릴아미드가 있어 암을 유발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그 후 아크릴아미드 관련 실험이 잘못 진행되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아크릴아미드를 많이 섭취하는 직업에서도 발암비율에 차이가 없었다. 아크릴아미드를 섭취해서 암에 걸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결론이다.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탄 부분에서 발생하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Heterocyckic amine, HCA)과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 PAH) 등도 암 발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의 하나인 벤조피렌(Benzopyrene)은 산업혁명 때 굴뚝 청소부가 피부암에 걸린 원인 물질이다. 토끼의 귀에 콜타르(coal tar)를 발랐더니 암이 발생하였고 콜타르에서 벤조피렌을 분리해 실체를 확인했다. 벤조피렌은 2006년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에서 1급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하지만 동물 실험은 음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를 먹으면 소화과정에서 제거되어 암이 발생할 확률이 낮아 유럽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은 정한 벤조피렌의 하루 섭취 안전 기준은 평균 체중 1㎏ 당 70μg로 정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평균 체중 1㎏ 당 0.0035μg의 벤조피렌을 먹어 기준치의 0.005%로 암에 걸릴 확률은 평균적으로 매우 낮다.

벤조피렌(Benzopyrene)은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인체에 축적되면 암을 유발하여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었고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호르몬이다. 소, 돼지, 양 같은 육류를 불로 가열하면 그 표면에 있는 지방(fat)과 즙(juices)을 태워 연기가 나는데 그 연기 안에 PAHs가 들어 있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PAHs)는 1급 발암성 물질로 벤조피렌(Benzopyrene)도 여기에 속한다. 벤조피렌은 담배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쓰레기 소각장 등에서 나오는 연기에 포함돼 있다. 과학자들은 검게 그을린 고기가 췌장암, 직장암, 전립선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로 가열해 완전히 익힌 고기는 이러한 화학물질(Heterocyclic amines, HCAs)이 증가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는 오래 전에 나왔다. HCAs와 PAHs는 인체 안에서 효소에 의해 대사 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 DNA와 결합하면서 암세포를 성장하게 하여 암을 유발시킨다. HCAs는 바비큐나 고기를 직접 불에 구워 조리하는 직화(Flame-Broiling)로 익히면서 숯처럼 검게 탄 고기 속에서 다량 발견된다. 이 화학물질은 육류와 어류를 굽거나 튀길 때 생기는데, 가열하면 고기 등에 들어있는 단백질 아미노산과 크레아틴이 결합해 만들어낸다. 이 화학물질은 DNA와 결합해 돌연변이 세포를 생성한다. 가금류나 생선보다 불에 구운 소, 양, 돼지 등의 붉은 고기 속에 훨씬 더 많이 함유돼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의 유전자 구성(genetic makeup)은 구운 고기에 대한 반응을 달라, 육류 표면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로부터 영향을 받는 정도도 사람마다 차이가 나고 암 유발 가능성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탄”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지만 않는다면, 큰 위험은 없다는 의견도 강하다.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구운 고기와 함께 너무 많은 후식과 탄산음료 등을 마시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구운 고기를 먹는 것이 흡연이나 음주의 위험성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요구르트 먹으면 선종이 감소한다. 남자만!


요구르트를 먹으면 장내 세균의 수와 종류에 변화가 생겨서 대장암 위험이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2019년에는 선종이 생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거의 10만 명에 이르는 남녀를 대상으로 한 자료와 생활습관과 식습관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여 나온 연구결과이다. 1주일에 2회분 이상 요구르트를 먹는 남성은 대장에 선종이 생길 가능성이 19% 감소했고 특히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선종이 생길 가능성이 26% 감소했다. 하지만 여성은 요구르트를 많이 먹어도 선종 위험이 감소하지 않았다. 요구르트를 먹으면 장에 투과성이 감소하고 요구르트에 들어있는 락토바실러스 불가리쿠스(Lactobacillus bulgaricus)와 스트렙토코커스 써모필러스(Streptococcus thermophilus)가 장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그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역, 다시마 먹고 대장암도 예방하고 건강하고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35% 낮다. 다시마는 42%, 미역은 18% 대장암 발생 위험을 줄였고 김은 그러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김은 주로 조미된 형태의 가공식품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미역이나 다시마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해조류에 체내 항산화 기능을 높이는 생리활성물질이 많은데 특히 홍조류인 김보다 갈조류인 다시마나 미역에 많이 들어가 있는 영향도 있다. 대장암에 걸린 사람 약 천명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분석하여 얻은 연구결과이다.


에스프레소 커피 전립선암 억제한다.


커피의 화학성분이 전립선암 성장을 억제한다는 게 동물실험에서 확인됐다. 항암 작용이 확인된 커피의 화학성분은 카와웰 아세트산염(kahweol acetate)과 카페스톨(cafestol)같은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 이들의 잔류수량은 달라지는데, 에스프레소에는 많지만 필터를 쓰면 걸러진다. 두 화학성분이 함께 작용하면 종양 성장이 훨씬 느려진다. 커피는 이로운 점과 해로운 점의 양면성이 있어 이러한 효과 이면의 메커니즘을 더 연구해야 임상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


항산화 식품 장내미생물로 인해 대장암 위험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홍차, 초콜릿, 견과류, 딸기 등은 늘 먹으라고 권장된다. 그러나 오히려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항산화물질이 암 억제 유전자(TP53) 변이에 영향을 줘서 소장에서는 암을 억제하지만 대장에서는 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암 억제 유전자는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고 세포 내 유전자 변이를 억제하는 p53 단백질을 만든다. p53 단백질이 변이로 손상되면 세포 보호 작용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암이 성장하고 확산하는 것을 촉진하게 된다. p53 변이 단백질을 생쥐의 소장과 대장에 넣은 결과 소장에서는 p53 변이단백질이 정상적인 p53으로 전환돼 강력하게 암을 억제했지만 대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암 촉진 작용을 계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쥐의 대장에 항생물질을 투여해 장내 미생물을 없앤 뒤에는 p53 변이단백질에 의한 암 촉진작용도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 군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들이 홍차나 핫 초콜릿, 견과류, 딸기 류 등에 많은 항산화물질 같은 대사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에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먹이를 먹이면 장내 미생물 군이 p53 변이단백질의 암 촉진작용을 더욱 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대장암 가족력 있는 사람들이 특히 관심을 가질 만하고 이들은 항산화물질이 풍부한 음식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버섯은 진정한 항암 음식


매일 18g의 버섯을 먹은 사람들은 버섯을 먹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암 발병 위험이 거의 반(45%)이나 더 낮다. 55년 동안(1966~2020) 발표된 암 연구 17개를 메타분석 해 1만9500명 이상의 암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버섯 섭취와 암 위험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이다. 버섯에는 항산화 물질인 천연 아미노산 화합물(ergothioneine)이 풍부해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암 중에서도 특히 유방암 위험이 상당히 낮았다.

https://academic.oup.com/advances/advance-article-abstract/doi/10.1093/advances/nmab015/6174025?redirectedFrom=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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