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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비극 치매로부터 벗어나는 수면의 자유의지


잠자는 습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루에 서너 시간만 자고도 멀쩡하게 산다. 반면 하루에 10시간씩 자지 않으면 못 버티는 사람도 있다. 유전적인 요인도 많지만 생활습관 같은 후천적인 요인도 있다. 잠을 자면 뇌 안을 청소한다고 한다. 그래서 잠을 잘못자면 학습장애도 나타나고 치매에도 악영향을 준다.


하룻밤만 잠을 못 자도 뇌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관련 뇌 단백질이 급증한다. 하루 7~9시간을 자는 건강하고 정상 체중의 20대 남성 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한 결과이다. 이틀 동안 충분히 잔 경우와 하루는 정상대로 수면을 취하고, 그 다음 하루는 밤을 꼬박 새우게 한 경우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밤을 꼬박 새운 다음날은 치매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두 가지 단백질 중 하나인 타우(tau)가 17%나 급증했다. 정상적인 수면을 취한 다음날에는 타우 단백질이 2%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수면 부족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연구에 의하면 중년 이후 노년기에 수면시간 변화가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10년 이하 추적 관찰을 근거로 한 것이다. 치매가 20년 이상의 변화 과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긴 기간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2021년 영국인 약 8000명을 30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50~60대에 수면시간이 하루 6시간 이하인 사람과 하루 7시간인 사람을 비교한 결과 전자의 사람이 치매 발병 위험이 1.3배 높았다. 50~60대에 하루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 높아진다는 연구결과이다. 수면시간과 치매 사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낸 것은 아니지만 수면시간과 치매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이다. 과거 연구에 의하면 장시간 수면이 치매와 연관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8시간 이상 긴 시간을 잔 사람들과 치매 발생 상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나 노인성 치매 환자는 수면장애 등이 나타난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뇌의 시상하부와 뇌간이 영향을 받아 수면 조절장애가 일어나 생긴다고 보았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1-22354-2#citeas


잠을 잘 자는 것이 중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뇌의 생체시계는 인간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밤 9~10시가 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유도한다. 1995년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등은 특정 단백질(clock gene period)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24시간 생체주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공로로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2시간동안 세포질에 축적된 이 단백질이 세포핵 안으로 들어간 다음, 스스로 메신저 RNA 전사를 억제해 향후 12시간동안 이 단백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12-12 루프(순환) 과정이다. 하지만 수천 개의 이 단백질이 어떻게 핵 안으로 일정한 시간에 들어가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었다.


나이가 들면 밤에 잠이 잘 안 오고, 잠들어도 곧 깨는 경우가 많다. 노화에 따라 생체 수면 사이클이 교란됐기 때문이다. 그 원인이 밝혀졌다. 세포 내 분자이동을 방해하는 ‘세포질 혼잡’이 불안정한 수면 사이클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세포질 혼잡은 비만, 치매, 노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결국 비만이나 노화가 생체시계를 11시간 10시간이나 13시간 12시간 등으로 무작위하게 바꾼다.


나이가 들면 모든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정상으로부터 멀어진다. 뇌도 노화되면서 잠을 자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것은 다시 치매로 이어진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제한적이지만 몇 가지가 있다. 인간의 생체리듬은 태양 빛에 의존한다. 낮에는 야외활동 특히 운동을 많이 하고 밤에는 가급적 늦게 까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식사시간과 침대로 들어가는 시간이 규칙적이어야 한다. 그 방법은 단순하지만 노년의 삶과 직결된다. 치매는 비극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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