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얼어붙은 지 1년이 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누가 언제 걸릴지 누가 중증이 될지 누가 죽을지 우리에겐 아무런 선택원이 없다. 그냥 운연만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 백신이 출시되어 얼어붙은 세계가 풀리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21년 4월이 다가도록 백신접종이 언제 될지 미지수이다. 우리 운명은 우리 스스로 선출한 권력자들의 손에 달려있으니 아이러니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나마 적다. 감기도 그렇지만 모두가 감염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유전적 차이가 있고 일부 사람들은 특정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스나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은 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가 없다. 다행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당수가 코로나19에 저항할 유전자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21년 서울대병원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6명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유전자를 이미 가지고 있다고 추정된다.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 10명 중 6명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중화항체를 생성하는 면역세포를 이미 갖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은 16명 중 13명에게서 중화항체가 확인되었는데 이를 만들어낸 면역세포의 유전자가 감염되지 않은 6명의 것과 일치했다. 우리 몸에 이미 코로나19에 대항할 유전자가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면역세포가 있으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훨씬 더 빨리 중화항체를 만들 수 있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세포가 분화하면서 돌연변이가 생겨 항체를 만든다. 보통 2주 내지 한 달 걸리는데 관찰대상자의 반 정도가 1주일 만에 중화항체를 갖고 있었다. 이는 감염되기 전에도 이미 관련 유전자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전자 검사를 받은 후 코로나19를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인간 단백질 돌연변이의 3분의 1 정도는 바이러스에 대한 반응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한 이면에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얻은 유전자도 큰 공헌을 하였다. 전염병에 대한 연구는 역사적 기록이 있거나 페스트와 같은 충분한 DNA를 남긴 병원체의 존재 등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유전학 기술이 발달로 인간 게놈에서 5만 년 전에 발생한 고대 바이러스 전염병이 남긴 게놈의 진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감염과 사망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에 대해 2021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사한 병원균이 2만 5000년 전에 고대 동아시아인에게 이미 전염된 적 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동아시아인은 코로나 유사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적응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연구는 중국, 베트남, 아프리카 등 26개 소수민족 2500여명의 공개된 게놈 자료를 조사하여 얻었다. 그 결과 동아시아인에게서만 과거에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와 상호작용 신호가 있는 42개 단백질을 확인했다. 42개 단백질의 유전자 변이 중 21개는 항바이러스 및 프로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냈다. 이것은 알려지지 않은 코로나 유사바이러스가 고대에 전염병을 부추겼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증거이다. 특히, 특정 변이가 약 2만 5000년 전부터 자주 발생하고 약 5000년 전부터는 안정적으로 감소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가 2만 년 동안 존재하면서 처음에는 유행병을 불러일으킬 만큼 강력했고, 차츰 숙주인 동아시아인이 적응했거나 숙주와 바이러스의 공진화를 통해 긴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러스 독성이 점진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 과거에는 이런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2만 년 동안 지역적 팬데믹이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동아시아인의 고대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이 반드시 다른 인구 집단 간 유전적인 감수성 차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과 사망률은 사회 경제적 요인도 크다. 이 연구결과는 한계가 있다. 소수 민족만을 대상으로 얻은 결과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확인된 42개 유전자 변이의 역사적 과정을 조사하려면 동아시아인 전체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전 연구가 필요하다. 또 연구 결과가 통계적 상관관계가 있지만 게놈과 형질의 인과 관계를 분석한 것은 아니어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https://www.biorxiv.org/content/10.1101/2020.11.16.385401v2
인간의 운명은 오랜 진화 속에 자신이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하여 상당히 좌우된다. 우리에게 그렇게 큰 자유의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