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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01. 2024

증오와 숭배의 굴레

크리스 무니(Chris Mooney)의 저서『똑똑한 바보들』은 권위를 내세우는 보수주의자들이 오히려 과학적 사실을 무시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확증편향’과 ‘동기화된 추론’이라고 불리는 사고방식이 강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은 잘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면서 신념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에게도 나타나지만, 그 정도와 빈도가 보수주의자에게서 좀 더 심하다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기존에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것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연구가 2021년 발표되었다.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보다 정치적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 미국 성인남녀 12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진보와 보수 모두 사실 여부를 떠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더 많이 믿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보수 진영을 지지하는 정보에 오류가 더 많았으며 이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이 가짜뉴스나 거짓에 좀 더 편향성을 보인다. 민주당원은 가짜뉴스 중 2%만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공화당원은 가짜뉴스의 41%가 참이라고 응답했다. 민주당원은 진짜 뉴스의 54%는 확고한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공화당원은 진짜 뉴스 중 18%만 참이라고 답했다. 또 진짜 뉴스의 65%가 진보진영에 유리하고 보수진영에 유리한 것은 10%에 불과하며 가짜뉴스의 46%는 보수진영에 유리하고 진보진영에 유리한 것은 23% 정도라는 응답이 나왔다. 보수진영이 사실에 대한 감수성이 낮고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확증편향성은 더 강하다. 진보 측이나 보수 측 모두 자기편에 유리한 쪽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강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이 거짓을 좀 더 쉽게 믿는다.


2016년 미국 대선 전후로 1만6000명 이상의 트위터 사용자 표본을 조사한 결과, 가짜뉴스의 80%가 단 16명에게서 나왔다. 2020년 대선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구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의 80%를 퍼뜨린 슈퍼공유자(Supersharer)는 전체 사용자의 1% 미만인 2000여 명이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8세로 공화당 성향의 백인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약 60%가 여성이었고 민주당 지지자 16%보다 공화당 지지자 64%로 훨씬 많았다. 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리트윗을 계속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l4435

사람은 이렇게 다르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같이 살아가는 곳이 사회이다. 인간이 증오의 대상이 되거나 숭배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오류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부족한 것이다. 증오와 숭배라는 오류가 지속되면 그 사회는 붕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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