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생물은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산다. 토착종 대부분은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지만, 일부 종은 도시에 적응하여 산다. 무당벌레나 거미, 조류는 대부분 도시에서 살지 않는다. 아메리카황조롱이 같은 대부분의 맹금류는 도시가 확장하면서 점점 외곽으로 서식지를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화한 환경을 선호하는 동물도 있다. 나비와 나방, 포유류, 파충류와 양서류는 도시화에 덜 민감하다. 달팽이와 민달팽이를 포함한 5종의 연체동물, 나비와 나방 등 일부 생물체는 도시에서 잘 산다. 쿠퍼 매나 붉은 어깨 말똥가리 같은 맹금류 일부는 도시에 잘 적응하였다. 생명이 다양한 만큼 도시 적응성에서도 다양성이 나타난다.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95476
생물이 도시에서 살면서 진화도 하고 있다. 자연에서의 진화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반면 도시에서의 진화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도시는 생물에게 ‘심각한’ 도전인 셈이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사는 얼룩나방은 원래 흰색이 많았으나 검은색이 나방이 더 많아졌다. 1950년대에 영국에서 깨끗한 숲과 오염된 대도시 근처 숲에 나방 수백 마리를 풀고 3년에 걸쳐 생존율을 관찰했다. 대도시의 검은 나방은 시꺼멓게 얼룩진 나무 덕분에 새의 아침밥이 될 운명을 피했다. 반면 눈에 잘 띄는 흰색 나방은 참새에게 쉽게 잡혀 먹혔다. 깨끗한 숲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검은 빛을 띠는 나방은 밝은 색 나무 사이에서 새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였다. 생물이 수년 만에 자연선택에 의하여 진화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도 진화의 방향을 바꾸어 놓고 있다. 미국 뉴욕의 뉴어크만(Newark Bay) 북서쪽은 화학 공장이 즐비하고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오염이 심각한 물속에 대서양 열대송사리(Atlantic Killifish)가 우글거린다. 동부 해안지대에서 많이 사는 은빛 송사릿과 물고기이다. 오염이 덜 된 환경에서 사는 동종의 물고기는 뉴어크만 수준의 다이옥신에 노출될 경우 대부분 번식에 실패하거나 알에서 부화하기도 전에 죽어버린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물고기는 유전자가 다르다. 환경오염에 대한 면역력은 유전자 변이로 생겼다. 송사리의 독성 저항 능력은 유전자의 다양성 때문이다. 환경이 변화하자 그 환경에 맞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송사리가 살아남은 것이다. 이러한 진화를 ‘도시 진화’라고 한다.
도시 진화란 생명체가 인간에 의한 서식지 변형에도 생존할 수 있는 이유를 밝히려는 신생 학문이다. 인간의 도시문명에 적응하여 ‘도시형 생물’으로 진화한 생명이다. 이는 자연 재해나 오염으로 황폐화된 지구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개량 형’ 인간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인감이 도시에 살면서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문명의 발달로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도태’되었다. 특히 코로나19만으로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 인간도 ‘도시형’ 생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그 바이러스에 약한 인간의 분포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것을 진화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시에 사는 식물도 변화하고 있다. 토끼풀은 도시든 시골이든 어떤 환경에서나 잘 자란다. 공해가 심한 도시 강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2022년 3월 18일「사이언스」는 26개국 160개 도시 287명으로 이뤄진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하여 연구된 토끼풀을 표지로 실었다. 전 세계 도시에 사는 토끼풀이 초식 동물을 방어하기 위한 화학 물질(시안화수소)을 덜 생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도시에는 초식동물이 없어 화학물질을 덜 생산하는 토끼풀도 살아남은 것이다. 도시마다 달랐으나 도시와 농촌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로 차이가 났다. 지구상의 도시문명은 거의 모든 생태계의 진화의 방향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지만 영국 도심에서는 붉은 여우가 종종 나타난다. 도시에 사는 붉은 여우는 두개골 형태가 도심 생활에 맞게 야생 여우보다 전반적으로 작아졌으며, 암수 차이도 줄었다. 도시 여우는 주둥이가 짧고 넓적해졌다. 시골 여우의 기다란 주둥이는 도시 여우보다 더 빨리 다물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야생에서는 도망가는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주둥이를 빨리 닫을 수 있어야 한다. 반면 도시에서는 사냥보다는 쓰레기통에서 먹이를 주로 찾는다. 이때는 뭐든지 잘 깨물어 부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 쓰레기통에 머리를 박고 냄새를 맡을 때도 주둥이가 짧은 편이 낫다.
도시에 사는 도마뱀은 접착 판 역할을 하는 발가락 바닥이 이전보다 넓어져 미끄러운 건물 벽을 잘 탈 수 있으며, 다리도 길어져 몸을 숨길 곳이 부족한 도시에서 재빨리 도망갈 수 있다. 도시의 도토리 개미는 시골 지역의 도토리 개미들에 비해 훨씬 뜨거운 조건에서도 번식할 수 있다. 도시의 도토리 개미는 보다 강력한 ‘열충격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도시에 살기 위해 날개도 바꿨다. 네브래스카 주에 사는 삼색제비가 자동차에 부딪혀 죽는 수가 급감한 것은 날개가 갈수록 짧아졌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