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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근수 Jun 28. 2024

알코올은 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

알코올은 석면과 같은 1급 발암물질


202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기준 145개 회원국의 15세 이상 시민들에 대한 약물 남용 실태를 조사한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알코올로 인한 사망자는 전 세계적으로 260만 명에 달하고 전체 사망자 수의 4.7%에 달한다. 약 2/3가 남성이었으며, 사망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세~39세 사이 젊은 층,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사망자 중 상당수는 알코올 섭취 후유증인 심장병, 암과 같은 질환으로 숨졌다.

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9789240096745


2022년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450여만 명을 6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이 중 약 5%가 암 진단을 받았다. 40대가 넘으면 6년이면 5%가 암이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암에 걸린 사람 중 37.2%가 음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의 암 발생의 3분의 1 이상이 음주와 직접 관련된다는 것이다. 특히 음주는 하루 섭취량에 따라 암 발생에 차이를 보였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알코올 관련 암 발병 위험이 덩달아 커졌다. 소량 음주 3%, 보통 음주 10%, 과음 34% 증가했다. 소량 음주는 하루 기준 맥주 375mL 또는 소주 1잔 반, 보통 음주는 맥주 750mL 또는 소주 3잔, 과음은 그 이상 먹는 사람이다. 평소 술을 마시던 사람이 음주량을 늘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소량에서 보통으로 늘면 10%, 과음자가 되면 17% 높아졌다. 보통 음주자가 과음하면 위험도가 4% 올랐다. 알코올 관련뿐만 아니라 모든 암으로 넓혀도 비음주자였던 사람이 과음하면 암 위험이 12% 높아졌다. 소량 또는 보통 음주자였던 사람도 고위험 음주자가 되면 암 발병 위험이 각각 9%, 1% 증가했다. 술을 끊거나 줄이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분명했다. 이 중에서도 과음에서 보통으로 줄이면 알코올 관련 암 발병 위험이 9%, 전체 암 발병 위험은 4% 감소했다. 소량으로 더 줄이면 그 위험도는 각각 8%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일부 사람들은 모르지만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술을 1군 발암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1군 발암 물질에는 담배와 석면이 포함된다. 사람들은 석면하면 바로 암을 떠올리고 담배도 안 좋다고 잘 알지만 술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그러나 분명 1군 발암 물질로 분류된다. ‘알코올 관련 암’은 구강암을 비롯해 식도암, 인후두암, 간암, 직장암, 유방암 등 알코올과 암 사이 인과관계가 밝혀진 암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보건당국은 암을 예방하기 위하여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말라고 권고한다. 캐나다는 적당한 음주도 암, 심장병, 뇌졸중 등 중증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음주 권고안을 제시했다. 적정 음주량은 5도짜리 맥주 355mL 한 잔, 12도 포도주 148mL 한 잔, 40도 증류주 한 잔 등이다. 이보다 적게 마시면 중증질환 감소에 도움이 된다. 사실상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캐나다처럼 암을 포함해 심장병 등 포괄적인 음주 가이드라인이 아니다. 한때 약간의 음주는 허용했지만 암 예방과 관련해서는 하루 한 잔도 위험하다는 것으로 강화됐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것이다. 유럽 암 예방 수칙에선 암에 관한 한 안전한 양(no safe limit)은 없다고 강조한다. 적정 음주의 개념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암 발생에 있어서는 한 잔도 안 된다는 것에 거의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2024년 미국에서는 알코올 권장량에 대해서 주류회사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술은 가능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술을 먹을 때라도 안주를 잘 먹으면 좋다. 육류나 지방이 많은 안주는 피한다. 뜨거운 찌개도 좋지 않다. 해산물과 버섯 또는 채소가 많이 들어간 안주가 좋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미나리가 듬뿍 들어간 복어 국을 식혀서 안주로 하면 아침에 머리도 맑다. 적당한 음주에 좋은 안주라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인생이 너무 건조하면 살맛이 안 나지만 빨리 죽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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