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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만년 경 문화혁명: 사피엔스 중심의 사고


언어 등과 같은 오늘날의 인간의 특성은 기원전 약 5만 년 이전에 시작된 상부 구석기시대(Upper Paleolithic) 이전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유라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고고학적 증거를 보면 기원전 약 5만 년경에야 우리 인간에게 아주 결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고고학자들이 현대 인류의 속성으로 보는 것은 크게 4가지이다. 첫째는 새로운 환경에서 생존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의 생태적 적응(ecological adaptation) 능력이다. 둘째는 도구의 사용으로 도구는 새로운 기술의 사용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수단이 되었다. 셋째는 사회적 및 경제적 유대관계의 확장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상징적 언어의 사용과 함께 다양한 예술의 등장과 같은 상징적 행위이다. 이러한 변화의 증거에 입각하여 많은 고고학자와 선사학자들은 상부 구석기 시대 혁명(revolution of the Upper Paleolithic)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우리가 후기 구석기라고 부르는 문화의 주체이다. 정교한 석기를 만들고, 벽화 같은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라스코 동굴 벽화나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처럼 그림은 유럽에서 주로 발견되었다. 1990년대 이후 동남아시아와 호주지에서도 비슷한 시기나 더 오래된 동굴 벽화가 발견되었다. 그런데 2028년 인도네시아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구상 작품이 발견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등에 있는 석회암 동굴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벽화 작품을 발견하고 연대 측정을 한 결과 5만 2000~4만 년 전에 그려진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동굴 예술의 기원과 중심이 유럽으로만 알려졌었지만 이번 발견으로 아시아도 유럽과 비슷하거나 좀 더 빨리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4년에도 새로운 연대 측정 방식을 사용해 측정한 결과 가장 오래된 벽화가 바뀌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4만3900년 전의 것으로 가장 오래된 벽화 인도네시아 마로스-팡켑(Maros-Pangkep)의 ‘사냥 장면’ 벽화를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한 결과 4만8000년 전으로 확인됐다. 또 같은 마로스-팡켑의 랑 카람퐝(Leang Karampuan) 지역에 벽화의 연대를 분석한 결과 최소 5만1200년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 기록이 깨진 것이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541-7


그러나 이것은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 중심의 사고이다. 호모 사피엔스에는 네안데르탈인도 있다. 네안데르탈인이 벽화를 그리고 장신구를 만드는 등 현생인류만큼이나 정교한 기술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생인류인 우리 인간이 처음으로 말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문화를 시작했다는 생각은 깨졌다. 동굴 벽화도 네안데르탈인이 인간보다 먼저 시작했다. 2020년 연구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 역시 약 6만 5천 년 전에 이베리아반도의 동굴에 벽화를 남겼으며, 조개껍데기 유물도 네안데르탈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보면 호모사피엔스와 같이 지능이 향상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인간 중심의 사고 즉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 중심의 사고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인간의 생명계의 한 구성원이고 인간도 다양한 멸종 인류가 있으며 그것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광활한 우주도 인간과 완전히 단절된 무엇이 아니다. 우리는 우주의 역사로부터 탄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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