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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부터 배운다. 7천 년 전의 펜데믹


석기시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기의 인구는 몇 백 만에 불과했지만 기원전 1만 년경 농경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인구가 크게 증가했고 문화도 세분화되었다. 기원전 3만 년 무렵 50만 명이던 세계 인구는 기원전 6천 년에는 1천만 명을 헤아리게 되었다. 이러한 인구증가는 대부분 이 기간의 후반에 일어난 현상이다. 기원전 3만 년으로 돌아가면 제주 시 정도의 인구였다. 이들이 모두 모여 살았다면 제주 시 하나 정도였다. 즉 농업이 시작된 시기이다. 농업혁명 이후부터 인간 사회는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한도까지 개체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먹고살 음식이 충분하니 인구도 늘어난 것이다. 인간도 다른 생명과 똑같다.


하지만 인구증가와 집중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전염병이 급격하게 퍼져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 21세기 코로나 펜데믹이 그렇다. 또한 너무 많은 사람이 도시에 몰려 살다보니 먹고살 것이 풍부한데도 인구가 줄어든다. 우리나라가 그렇다.


당시에도 농업혁명으로 식량이 늘었는데도 인구가 감소하는 일이 있었다. 기원전 5300~4900년 사이에 유럽 곳곳에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신석기 쇠퇴’가 발생했다. 구석기 시대 이후 계속 증가하던 인구가 신석기 쇠퇴시기에 유라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갑자기 줄었다. 그 원인은 불확실하다. 생물학자들은 치명적 전염병 확산을, 기후학자들은 급작스러운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자의 경우 전염병 때문이라 지목했지만 광범위한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했는지, 아니면 한 곳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확산하는 방식이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2024년 반복적인 페스트 발생이 신석기 쇠퇴의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과 덴마크에 있는 고인돌과 묘에서 발굴한 약 180년, 6세대에 해당하는 100여명의 신석기인 DNA를 분석한 결과이다. 페스트는 이 기간 중 세 차례 이상 지역사회에 확산했다. 처음 두 번은 작고 제한적이었지만 세 번째는 ‘팬데믹’ 수준으로 피해가 컸다. 세 번째는 초기와는 달리 치명적이었다. 이는 인류 최초의 팬데믹이라 할 수 있다. 이전 석기 시대에도 흔했던 감염병인 페스트가 신석기 시대에 더 치명적이었던 이유는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병균이 쉽게 확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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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고

오류와 과오를 기억하고 반성하며,

인간과 세계의 고통을 깨닫고 평화를 바라며,

인간을 사랑하고자 기도하며 

읽고 배우고 씁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6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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