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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입시 공화국의 고통 받는 청소년

2022년 출간한 [미래형 인재 자녀교육] 책을 업데이트 하는 글입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뛰노는 것이 선진국의 교육이다.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하는가?

학교에 가기 전에 90%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다.

드라마「스카이 캐슬」에서 보듯 부조리도 함께 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일류대학을 가야 행복할 거라고 믿지만,

뛰놀 아이들이 학원을 전전하니 고통 받고 자살까지 한다.

자녀 사교육비가 세계 최고수준이다보니 출산율도 최저이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성적과 교육에도 나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하지만 교육전문가의 말은 듣지 않고 학원과 주변사람들의 말만 듣는다.


인간의 뇌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적으로 발달한다. 세살 이전에는 안아주고 같이 노는 시기이다. 세살부터 여섯 살 사이에는 사고능력과 관련된 전두엽이 발달한다. 이 때는 밖에 놀면서 많은 경험을 하는 시기이다. 언어와 외국어, 수학과 물리 교육은 초등학교 때 시작해야 한다. 간단하면서 쉬운 ‘대원칙’이다. 어느 선진국을 보아도 이러한 과정을 따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다섯 살 아이가 책을  읽고, 외국어를 배운다. 


2024년 조사에 의하면 미취학 및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92.2%가 취학 전 사교육을 받았다. 2019년  75.5%보다 훨씬 높아졌다. 처음 사교육을 받은 나이는 평균 4.6세이다. 다섯 살 이전에 교육이 시작된다. 여섯 살 이전에는 밖에서 놀면서 지내는 시기라는 선진국의 교육방침은 남의 일이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부모는 97.9%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분명하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24.6%), ‘남들이 하니까 불안해서’(23.3%)이다. 경쟁 심리와 불안감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부모가 사교육을 시킨다. 모든 부모가 그렇다면 어느 부모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 점에는 동의한다. 이론적으로 학교에 가기 전에 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는 따라가기 힘든 것은 맞는 말이다. 또한 사회적 인식도 배경을 이룬다. 우리 사회는 대학서열이 직장과 연봉을 결정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교육을 출세의 수단으로 여긴다. 그래서 입시경쟁이 치열하고 삶도 팍팍하여 출산율도 세계 최저수준이다. 성공을 행복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밑바탕에 있다.


우리나라 영유아의 약 20%가 학습지를 이용한다(2016). 만 1세가 되지 않은 아이의 상당수가 미술, 음악, 발레, 수영 등의 예체능 과목을 비롯해 국어, 영어, 수학 등을 위한 기초 학습을 받는다고 한다. 이젠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좋은 유치원에 보내려고 임신 중에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그 경쟁은 더욱 가열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양육비가 많이 드는 나라이다. 중국이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다. 한국에서 18세까지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의 7.79배로 추정되고, 중국은 6.9배이다. 2022년 우리나라 1인당 GDP가 약 3만2천 달러이니 아이를 키우는데 3억3천만 원이 든다. 독일 3.64배, 프랑스 2.24배, 호주 2.08배에 비해 현격하게 높다. 비싼 양육비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해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학원가를 전전하게 하는 부모는 마치 불로 뛰어드는 불나비를 연상시킨다. 불나비는 화려한 외관으로 ‘나비’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야행성 나방이다. 불나비는 불을 향해 날아들다가 결국 불로 뛰어들어 타죽는다. 무작정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비는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많은 청소년이 고통 받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도 한다는 뉴스가 뉴스에 종종 등장한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무언가 본능에 휩싸여 이성을 잃는다. 인간이 그 ‘본능’ 유전자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그 본능을 알아야 한다. 알아야 사랑한다. 필자도 이 책을 쓰기 전에는 생각지 못했다. 무지했던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시킨다고 잘하는가이다. 물론 처음에는 잘하는 것 같아 보인다. 부모의 마음도 편하다. 그러나 청소년은 불편하다. 부모 마음과 청소년 마음의 괴리 이것은 문제의 핵심이다.…왜 선행학습과 사교육이 성적과 자녀교육에 부정적인 효과가 큰지를 설명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것은 청소년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교육학은 물론 뇌 과학에서 심리학까지 많은 학자들이 사교육 특히 조기 교육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나쁘다는 주장을 해왔다. 장기적으로 성적에만 나쁜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아주 나쁘다는 연구결과가 끊임없이 나왔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학계의 연구를 반영하여 교육시스템을 바꾸고 부모들도 자녀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계속하여 거꾸로 갔다. 부모들은 학원의 ‘돈벌이’ 마케팅에 춤을 추고 주변 부모들의 언행에 부화뇌동하며 아이들은 학원으로 몰아놓고 있다. 어떤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는 상황이다.


2018~2019년 방영된 드라마「스카이 캐슬」은 최고 시청률은 23.8%이었다. 역대 시청률 3위라는「모래시계」의 시청률 64.5%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지만 2019년 상반기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사회의 교육열과 교육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내용이나 표현에는 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것이 정말로 우리나라 현실이라는 것이 필자같이 ‘무관심한’ 사람에게는 놀랍다. 당시 이 드라마 얘기로 ‘많이 시끄러워’ 필자도 일부를 보았다. 사이코드라마나 정신병동 이야기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이었다.


현실에서 나타난다. 2019년에는 ‘조국사태’가 불거지면서 교육부가 특별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2019년을 기준으로 과거 2년 내의 논문 중 미성년자를 공저자로 올린 논문이 총 794건이었다고 한다. 잠깐 동안의 감사 결과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 이후로는 고발이나 대대적인 조사 없이 잠잠해져 갔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교수 미성년자 공동저자’로 검색하면 엄청난 기사가 나온다. ‘감히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암담해지는 느낌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Wharton School) 최연소 종신교수 애덤 그랜트(Adam Grant)는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론 문제가 있음을 경고했다. 틀리지 않아야 하는 단답식 시험, 시험 문제 하나로 인생의 향방을 가르는 입시교육 말이다. 게다가 어린 청소년에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아니 이미 그것은 현실이다. 한 번의 시험공부로도 지친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입시위주의 공부에 아이들은 지치고(burnout) 심신이 고갈된다.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도 한다. 창의성은 고사하고 어떤 시도도 하지 않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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