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폭염은 상상이상이다. 온도는 35도 내외이지만 그 느낌은 50도가 넘는다. 습도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온난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여름에는 야외생활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
2023년 7월 3일은 1979년 위성 관측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하루로 기록됐다. 그리고 기록을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시작해도 가장 뜨거운 날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17.01도로 이전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2016년 8월의 16.92도를 경신했다.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기후모니터링 서비스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2023년 7월 기온이 이전 기록보다 3분의 1도 더 더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 11월 17일 지구 온도가 과학자들이 설정한 기후변화 한계선을 역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의 서맨사 버제스 부국장은 2023년 11월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11월 17일 유럽중기예보센터에서 얻은 잠정 지구 기온은 1991~2020년보다 1.17도 높았다. 이날 지구 기온이 1850~1900년(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06도 높았다.”라고 밝혔다. 지구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내로 제한하는 건 과학자들이 설정한 ‘기후변화 한계선’이다. 이 한계선을 넘어서면 인류가 기후변화를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걸 의미한다. 국제적으로 합의한 한계선에 기후변화가 얼마나 근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다만 이번 데이터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2000년대 초 나는 파키스탄 K2 방향 히말라야에 갔었다. 당시 방문만 이슬라마바드의 낮 기온은 50도였다. 낮에는 길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모자를 쓰고 거리에 서면 너무 뜨겁다. 하지만 그늘에 들어가면 그리 덥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35도는 그늘에 들어가도 견딜 수가 없다. 습기 때문이다.
상대습도는 절대습도와 달리 기온에 따른 습하고 건조한 정도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상대습도는 특정한 온도에서 대기 중에 있는 수증기의 압력을 그 온도에서의 포화 수증기 압력으로 나눈 것이다. 온도에 따라 습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건조하고 습한 정도를 나타낼 때 사용된다. 특정한 온도에서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수증기의 양은 중량 절대습도이다. 상대습도 100%에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꽉 차서, 응결 현상이 일어나며 그때의 온도를 이슬점 온도라고 한다. 온도를 더 낮추면 해당 온도에서의 포화 수증기량을 초과하게 되므로, 남은 양만큼이 액체 상태인 물이 된다.
습구 온도(wet-bulb temperature, WBT)는 물에 적신 천으로 덮인 온도계(습구온도계)로 측정한 온도이다. 즉 젖은 천으로 감싼 온도계인 습구온도계로 측정한 기온으로 습도의 영향까지 감안한 온도다. 습구 온도는 물이 증발하여 포화상태(상대습도 100%)까지 냉각된 공기의 온도이다. 습구 온도는 현재 조건에서 물의 증발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이다. 보통 사용하는 온도계는 ‘건구’ 온도를 측정한다. 낮은 습도에서는 증발에 의한 냉각으로 습구 온도가 건구 온도보다 낮다.
55도인 경우 습구 온도 32도로 이 온도를 넘으면 정상적인 야외 활동을 할 수 없다. 100% 상대습도 온도가 32도이면 견디기 어렵다. 요즘 우리나라 폭염이 이런 느낌이 든다. 과거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갔을 때 낮 최고기온이 50도까지 오르는 것을 경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습한 공기의 32도보다 덜 괴로웠었다. 습구온도와 일반온도의 체감차이는 20도가 넘는다는 얘기이다.
71도인 경우 습구온도는 35도로, 이것에 최대 6시간 노출이 이론적 인간 생존 한계이다. 이것은 2010년 연구결과에 의한 것으로 인간은 35°C의 습구온도에 6시간 동안 노출되면 사망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옷도 입지 않고, 음직이지 않으며, 땀을 흘리지 않는 가정이어서 실제를 반영하는 결과는 아니다. 2024년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한계 습구온도는 청년은 26~34°C, 노인은 21~34°C라는 연구가 나왔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43121-5
요즘 우리나라 35도의 습한 날씨는 정말 사람이 죽을 수 있다. 71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서있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온난화가 지속되면 여름에는 밖에 나가지 못할 것 같다. 당시 이슬라마바드도 낮에는 개미 한 마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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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인간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고
무지와 오류 그리고 과오를 극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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