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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날 빙하(Doom's day Glacier)

종말이란 말은 기독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실제로 종말은 다가오고 있다. 완전한 종말은 태양이 식는 수십억 년 이후이다. 지구상의 생명과 인간은 태양에너지를 먹고산다. 태양이 죽으면 그야말로 종말이다. 물론 종교적인 의미는 없으며 물리적인 사실일 뿐이다. 빠르면 300년 후에도 가능하다. 우리 모두는 이미 죽었겠지만.


남극 서남쪽에 위치한 스웨이츠(Thwaites) 빙하는 면적 약 19만㎢, 폭 약 130㎞, 길이 1500km에 달하는 거대빙하다. 매년 약 500억 톤의 얼음과 물을 바다로 유입시키며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준다.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크게 상승한다. 그래서 ‘종말의 날 빙하(Doom's day Glacier)’라고 불린다. 과학에 종교적 단어가 등장하는 것은 연구자들이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때 스웨이츠 빙하가 수년 내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이라 우려했었지만, UN 기후보고서는 2100년까지 남극·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약 38~77㎝ 높아질 것이라고 보았다.


2024년 연구결과 향후 수십 년 동안 서서히 후퇴하며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 해수면을 최대 6㎝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작다. 그러나 그 피해는 작지 않을 것이다. 2300년까지 해수면이 4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 정도면 종말의 날 정도의 피해가 예상된다.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doomsday-may-be-delayed-antarctica-s-most-vulnerable-glacier


그러나 숨어있는 변수도 있다. 2017년 남극 빙하 속에 파묻힌 화산이 91개가 무더기로 새로 발견되어 기존에 발견된 47개에 더해 남극의 화산은 총 138개가 됐다. 지구온난화로 남극 얼음이 녹으면 그동안 화산을 누르고 있는 얼음의 압력이 줄어들어 마그마 분출이 촉진될 수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활동이 활발한 화산들은 마지막 빙하기까지 얼음에 덮여 있다가 최근 모습을 드러낸 알래스카·아이슬란드 지역의 화산들이다. 화산이 분화할 경우 남극 얼음이 급격히 녹으면서 바다로 흘러들어 해수면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종말의 날은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우주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실감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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