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동안’ 70% 이상의 생물종이 완전히 없어진 것을 말한다. 짧은 시간이라지만 그 기간은 10만~200만년을 말한다. 사람들은 지금 지구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실감하지 못한다. 바로 우리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20세기와 21세기는 대멸종보다 더 심각한 멸종이 일어나고 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50년 만에 야생동물 개체군이 73%가 급감했다. 담수 생태계가 85%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육상 69%, 해양 56%이다. 95% 감소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가 가장 심각했다. 세계 곳곳에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할 임계점(Tipping Point)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주된 원인은 식량 시스템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황폐화였다. 전 세계 물 사용량의 70%,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인간이 살기 위하여 생태계를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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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통해 바다 속에 추가하는 탄소량이 310기가 톤(gigaton=10억 톤)을 넘어서면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넘어가는 ‘재앙의 문턱’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에 의하면 이 시점은 2100년이다. 보고서에 의하면 2100년까지 바다에 추가될 탄소량은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면 300기가 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500기가 톤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상태로 인류가 살면 2100년 이전에 대량멸종의 문턱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 재앙이 바로 그 날부터 발생하지는 않지만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우주와 지구역사를 다루는 ‘빅 히스토리’를 돌아보면 대멸종은 늘 새로운 종을 탄생시켰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파충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고,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포유류의 세상이 왔다. 이 두 집단 모두 대멸종 전에는 기를 펴지 못하고 숨죽이며 겨우 살아가던 생물 집단이었다. 인간이 지구상에 탄생하게 된 것은 이러한 대멸종의 결과이다. 포유류가 지구에 널리 서식하면서 진화한 결과이다. 21세기 이후에 진행되는 대멸종은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이 끝날 수도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간도 멸종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새로운 종이 진화를 거쳐 나타나 지구를 지배할지는 아무도 볼 수 없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70여 억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후에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과학자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지구의 역사를 돌아보면 대멸종이 발생한다면 인간보다 훨씬 지적 능력이 뛰어난 종이 나타날 개연성은 충분하다. 역사를 단지 몇 만 년 정도로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