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의 연구결과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중요한지는 보통 사람은 알기 힘들다. 물론 이해하기도 어렵다. 일부 연구들은 사기성 있는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에 실린다. 이런 사례는 최근 유력 인사의 미성년자 자녀의 논문이 그런 학술지에 실려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삐뚤어진 부모상이다. 이들 학술지는 형식적으로만 보면 정상저널과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널에 실리기 전에 제대로 된 관련 학자에 의한 논문 심사(peer review)가 없어 논문을 쉽고 빠르게 게재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돈만 주면 실어주는 곳도 있다. 유명 저널과 이름을 비슷하게 짓거나, 저널의 신용도 점수를 허위로 발표해 혼란스럽게 만드는 곳도 있다. 2010년 미국대학의 사서였던 제프리 빌(Jeffrey Beall)은 약탈적 학술지를 처음 공론화한 사람이다. 그는 직접 약탈적 학술지 리스트를 만들어 웹사이트에 공개했고 빌의 목록(Beall's List)이라 불리는 이 리스트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특정 저널이 약탈적 학술지에 속하는지 여부도 이곳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이 배경이 되어 1955년 유진 가필드(Eugene Garfield, 1925~2017)는 과학저널「사이언스」에 영향력지수(impact factor)로 불리게 될 과학인용 지수(SCI)를 고안한 논문을 발표했다. 영향력지수가 높은「네이처」「사이언스」와「셀」을 ‘NSC’이라고도 부른다.
저널의 신뢰성은 인용횟수(피인용수)로 판단할 수 있다. 논문이 많이 인용됐다는 것은 관련학자들이 연구 성과를 인정하고 연구에 활용한다는 의미이다. 인용횟수를 수치화한 것이 영향력지수(impact factor, IF)이다. 톰슨로이터는 도서관이 저널 구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목적으로 영향력지수를 개발했다. 톰슨로이터를 이어받은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매년 6월 말경 ‘학술지 인용 보고서(Journal Citation Reports, JCR)’를 발표하면서 그해 영향력지수를 공개한다.
클래리베이트(Clarivate)의 저널영향력지수(journal impact factor, JIF)는 대표적이다. 저널에 실린 논문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인용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매년 저널의 영향력지수는 그 전 2년간 저널에 실린 논문의 총 인용횟수를 저널에 실린 총 논문 수로 나눠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논문의 총 인용횟수가 2019년 214회, 2020년 112회이고, 논문 출판 편수가 각각 107건, 112건이라면 올해 영향력지수는 직전 2년간 논문의 총 인용횟수 326을 총 수록 논문 수 219로 나눠 1.489가 된다. 이는 점수에 따라 저널이 속한 분야별 상위 25%부터 하위 25%까지 4개 등급(Quartile 1~4)을 부여한다. 검색사이트에 저널의 이름과 ‘JIF’를 함께 검색하거나 클래리베이트 사이트에서 직접 검색하면 알 수 있다.
때로는 ‘NSC’에 발표된 논문도 허위나 부실논문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의 ‘황우석 사태’가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벨상을 받는 연구자가 결과적으로 생애 전체에 걸쳐 높은 피인용지수를 축적해왔을 수는 있지만, 피인용지수가 높은 연구자가 차례대로 노벨상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영향력지수에 대하여 일부 비판도 있지만 이를 대체할 것은 아직 없다. 세상의 ‘어디나’ 경쟁은 매 한가지이다. 학계에서도 ‘생존’ 경쟁은 치열하다. 필요악이다. 이것을 어떤 자세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