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을 끝 글자가 ‘이론’이라고 쓰였지만 생물과학자들 사이에서 진화론은 사실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화론이 하나의 이론일 뿐이라고 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사실이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을 낳을 수 있다. 과학에서의 이론이란 “하나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원리로 사용되는 일반적인 전제들의 논리적 모순이 없는 집합”이다(랜덤하우스 미국 대학교 사전). 이러한 이론의 정의는 잠정적이라거나 확실성이 부족함을 암시한다.
미국의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1980년 텍사스에서 행한 선거 유세에서 말했다. “진화는 그냥 하나의 과학 이론에 불과합니다. 요즘은 과학계 내부에서도 도전받고 있죠.”(경향신문, 2024.9.25. 전중환 경희대교수). 도전은커녕 단 한 번도 진화론의 반증이 발견된 적이 없다. 진화론이 증거가 부족한 것이 약점은 아니며 그 이론이 아무런 흠도 없다는 것이야말로 문제이다. 그런 이론은 없다.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신앙이다. 게다가 진화론은 탄생한지 200년도 되지 않았다. 어떤 것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확실성을 확보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면 완벽한 증거나 입증이 아니더라도 사실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진화는 유전학과 고생물학, 분류학, 생태학 및 동물행동학 등 분야의 관찰과 증거로 지지되고 있다. 진화는 많은 사람들이 합의하고 받아들이는 사항이다.
미국의 한 진화생물학 교과서에 실린 만평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결핵이라고 진단한 다음에 묻는다. ‘혹시 창조론자이신가요?’ ‘네, 진화는 그냥 이론일 뿐이지 사실이 아니죠.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죠?’ 의사가 답한다. ‘인간이 항생제로 결핵에 맞서게 된 이후, 결핵균은 웬만한 항생제에는 내성을 지니는 새로운 균주로 계속 진화해 왔습니다. 다행히 이런 내성 세균에도 잘 듣는 최신 항생제가 근래에 나왔죠. 하지만 생명은 진화하지 않는다고 믿으신다니, 값비싼 신약보다 80년 전에 처음 나온 항생제를 처방해 드릴까요?’”(경향신문, 2024.9.25. 전중환 경희대교수). 오늘날 임상실험은 인간과 가까운 종을 대상으로 한다. 진화적인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에 근거하여 약이 개발된다. 그런 약을 먹으며 건강을 지키고 장수를 향유하면서 진화론을 거부하는 것 웃음이 나온다. 주위를 둘러보라. 모든 것이 과학의 산물이다.
1862년 찰스 다윈은 마다가스카르에서 꿀주머니의 길이가 28㎝나 되는 난초를 발견하고, 그만큼 긴 주둥이를 지닌 곤충이 어딘가에 있으리라 예측했다. 다윈 사후에 주둥이가 긴 나방이 실제로 발견되었다. 진화는 사실이자 과학 이론이다. 진화를 지지하는 증거는 압도적이다. 진화가 사실임을 애써 부정하는 태도는 보기에도 민망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경향신문, 2024.9.25. 전중환 경희대교수). 그런 사람을 보면 왜 천동설을 주장하지 않는지 꼭 묻고 싶었지만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유사과학 아니 정크과학으로 진화론의 일부만을 조작적으로 인용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는 더더욱 말하기도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