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남녀는 손을 잡고 첫 키스를 하는 시기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일련의 화학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 변화는 ‘키스(Kiss-1)’라고 불리는 유전자에 의해 시작된다. “사춘기는 키스와 함께 시작된다.” 이 유전자가 없다면 키스는 정말로 불가능하다. 이 유전자는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도시 허쉬의 연구자들에 발견되었다. 그 지역의 유명 상품인 ‘허쉬 키스 초콜릿’에 따라 명명되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사춘기를 겪지 않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키스 또는 키스 유전자가 언제 어떻게 유래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고 일치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동물이 ‘키스’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유추하면 인간이 출현하기 전에 유래했을 것이다. 2024년에는 키스가 진드기를 제거하려고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약 700만 년 전의 유인원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유인원은 입술로 서로의 털을 고루고 털에 묻은 가려운 작은 동물을 제거한다. 침팬지는 손가락으로 해충을 빗질하고 마지막에는 입으로 남아 있는 이와 진드기를 먹는다. 이것이 진화하여 인간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https://pubmed.ncbi.nlm.nih.gov/39417573/
진화 생물학자들은 키스가 상대방이 자신의 편인지 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서로 냄새를 맡았었던 인간 조상들의 행동이 진화한 결과로 본다. 물론 그 전에 이미 키스와 관련된 유전자가 나타났을 것이다. 지금은 상대방의 냄새를 맡으며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는 않지만 키스가 유산으로 남은 것이다. 키스를 하는 동안 나오는 도파민, 엔도르핀 등의 신경 전달 물질들은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높여준다. 낭만적 키스는 문학일 뿐만 아니라 과학이다. 비록 키스로 인한 느낌이 호르몬의 작용임을 알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피할 수 없고 즐긴다. 호르몬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키스는 인간의 보편적 행동이다. 키스는 다양한 지역과 문화에 걸쳐 보편적으로 행해졌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 동물인 보노보노와 침팬지도 키스를 한다. 성적인 의미의 키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청동기 시대인 기원 전 1천 500년 경 인도의 문헌이었다. 2023년 기원 전 약 2천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서 키스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적어도 4천500년 전부터 사람이 친밀함과 성적인 애정 표현을 위해 키스를 했다는 의미이다. 키스는 가족 간 친밀함이나 존경을 나타내는 행동과 연인 부부 간 성적인 행동의 두 가지로 구분돼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했다. 과학 학술지「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이다. 키스도 이제 과학이 되었다.
10초간의 키스는 8000만 개의 박테리아와 700개의 균을 옮길 수 있다. 하루에 최소 9번 키스를 하는 커플은 비슷한 구강 박테리아를 공유한다. ‘정상’ 구강 세균으로 키스가 면역 체계와 장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균도 옮기지도 유익한 박테리아도 옮겨간다. 이미 자신의 입안에는 엄청난 미생물이 있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
키스는 이제 중동 등 일부 ‘종교혁명’을 겪지 않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보편적인 사랑행위이다. 2014년도의 얘기이지만 연애경험이 많은 한국 여성의 30%는 첫 만남 때 입맞춤이나 키스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5%, 일본 15%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조사대상 여성들의 연애 경험 횟수는 평균 14회이다. 첫 만남서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응답비율도 서울 12%, 상하이 1%나 도쿄 9%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경향신문, 2014.12.24.).
키스를 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는다. 서로 눈을 마주보고 키스를 하는 사람은 생각만 해도 웃긴다. 왜 그럴까. 2016년 심리학자들이 키스 중 눈감는 행위에 대해 과학적 이유를 밝혀낸 연구 결과가 있다. 어떤 특정 행위에서 눈을 감아야 더 몰입이 잘 되는 이유, 즉 촉각과 시각 간의 반비례적 상관관계가 규명된 것이다. 키스 할 때 촉각에 더 민감해지기 위해서는 뇌의 시각 기능을 꺼야한다. 이는 인간의 뇌가 오감 인지력에 있어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한 번에 처리하기 어려운데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상반관계는 키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아도취 춤을 출 때도 눈을 감고, 와인 등 맛을 음미할 때도 눈을 감는 경우가 있다. 촉각, 후각 등의 감각에 몰입하고 싶을 때 눈을 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