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과 음주의 진화
많은 사람이 술을 즐긴다. 술과 관련된 문화도 다양하게 발달했다. 언 듯 생각하면 음주가 인간만의 문화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필요한 알코올 탈수소효소는 많은 동물에서 발견된다. 자연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많은 동물에서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진화했다. 자연에서 발효된 과일이나 꿀의 알코올을 먹는 원숭이나 새, 곤충은 보통 알코올 분해 능력을 가졌다. 일부 동물은 음주를 즐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진화적 맥락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이다.
약 1억 년 전부터 식물에 당분이 생기고, 이를 발효시키는 효모가 작용해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에탄올)이 만들어졌다. 현재 생태계 대부분에 자연적으로 알코올이 존재하며, 습한 열대 환경일수록 그 비율은 높아진다. 과일 속 알코올 함량은 1~2%부터 10.2%까지 다양하다. 천연 술이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오리엔트 말벌은 20% 알코올 용액을 마신 후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활동한다. 80% 농도에서도 잠시 비틀거리긴 했으나 금방 술에서 깨서 정상적으로 움직였다. 엄청난 주량이다. 이들은 알코올 탈수소효소 유전자가 여러 번 반복되어 효소의 생산량이 많은 것이 그 원인이다. 사람이 알코올을 먹는 경우보다 꿀이나 과일이 주식인 곤충이 먹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곤충이 생각보다 술이 센 건 사실 알고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자연 발효된 과일을 먹은 역사는 오래됐다. 남아프리카와 인도의 코끼리들은 발효된 과일을 잘 먹으며, 이를 먹고 나서 취한 것처럼 행동한다. 연구에 의하면 인간과 원숭이는 숙성된 과일에서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1200만 년 전 일어난 유전적 변이를 공유하고 있다.
동물들의 만취한 모습은 드물거나 우연한 일이 아니다. 동물들도 사람들처럼 의식적으로 알코올을 찾아 마시고 취한다. 야생 동물들이 자연에서 알코올을 흔하게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과일과 꿀을 먹는 동물이 알코올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다. 동물들은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특히 영장류나 나무두더지는 알코올을 효율적으로 대사하도록 유전자 기능이 최적화됐다. 인간의 조상도 과일을 먹으면서 분해효소를 갖게 되었다.
동물들이 알코올을 왜 먹는지는 잘 모른다. 인간처럼 술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먹을 수도 있다. 알코올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면 먹이 위치를 파악할 수도 있다. 초파리는 알코올이 들어있는 물질에 알을 낳아 기생충으로부터 알을 보호하기도 한다. 알코올이 사회적 유대를 강화할 수도 있다. 알코올이 행복과 관련된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자극해 사회적 교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https://www.cell.com/trends/ecology-evolution/fulltext/S0169-5347(24)002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