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래 Future

온난화라더니 왜 이리 추울까


대기권과 성층권 사이에는 좁고 빠르며 구불구불한 공기의 흐름인 제트기류(jet stream)가 형성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9~12km 높이의 북극 제트기류(polar jets)는 가장 강력하고, 10~16km 상공을 흐르는 아열대 제트(subtropical jets )는 좀 약하다. 북반구와 남반구에는 각각의 극지 제트와 아열대 제트가 있다. 제트기류는 멈추거나 둘 이상의 기류로 갈라지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면서 반대 방향을 비롯한 다양한 방향으로 흐른다. 겨울철에 북극 제트기류가 한반도로 처져서 흐르면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와 한파가 몰아치게 된다.


제트기류를 극 와류(polar vortex)라고 부르는데, 극지방의 추운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제트기류가 빠른 속도로 흐를 때는 북극의 한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는데, 제트기류가 느려지면 뱀처럼 꾸불꾸불 흐른다. 제트기류가 느려지는 것은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때문이다.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주기적으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었을 때는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로, 기압 차이가 벌어졌을 때는 북극진동 지수가 양수로 표시된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 고기압이 약해지고,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어든다. 온도 차이나 기압 차이가 줄어들면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연도별 서울의 1월 최저기온 평균값은 북극진동 지수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에서 제공하는 1960년 이후 연도별 1월의 북극진동 지수 평균값과 기상청의 1월 서울의 최저기온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 1월의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일 때는 1월 최저기온이 낮아지고, 지수가 양수일 때는 최저기온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서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고,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이에 따라 겨울철에 중위도 지방까지 북극 찬 공기가 내려온다. 제트기류가 북반구의 어느 지역에서 남쪽으로 처지느냐에 따라 유럽이나 동아시아, 북미 등에서 번갈아 가며 혹한이 나타난다. 온난화 속에 겨울이 추워지는 것을 ‘온난화의 역설’이라 한다. 반대로 제트기류가 처지지 않은 구역에 들면 2020년 1월처럼 한반도처럼 따뜻할 겨울이 나타날 수 있다.


2021년 1월 3년 만에 서울에 한파경보가 내릴 정도의 강추위가 닥쳤다. 2021년 1월 추위는 제트 기류가 한반도 남쪽으로 처지면서 영하 50도의 찬 공기가 한반도 북쪽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2025년 2월 초에도 엄청난 한파가 찾아와 일주일 추위에 떨고 있다.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관측연구소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The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C3S) 관측 결과 2025년 2월 2일 기준 북극의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20도 이상 높았다. 북위 87도의 기온은 영하 1도까지 상승해 얼음이 녹는점인 0도에 가까워졌다. 북극의 기온이 오르면서 폴라 보텍스를 잡아두던 제트기류가 힘을 잃으면서 냉기류가 남하해 한반도까지 혹한이 찾아올 수 있다. 2025년 2월초 북극의 공기 흐름을 무너뜨리면서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와 우리나라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5/feb/04/temperatures-at-north-pole-20c-above-average-and-beyond-ice-melting-point


여름철 북극해의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2040~50년까지 겨울철 중위도 지방의 기온 변동 폭이 커져 몹시 추운 겨울과 따뜻한 겨울이 번갈아 나타날 수 있다.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얼음이 녹고, 바다 면적이 늘어나고, 바다가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면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다시 바다 얼음이 녹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인류의 자멸 후 인공지능과 문어가 지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