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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와 배신의 진화론


사회생물학자들이 도덕적 감정과 행위의 진화생물학적 요인들을 강조한 것은 자연스럽다. 진화과정에서 인간은 살기 위하여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은 이해관계에 크게 얽히면 평상심을 잃는다. 그러나 많은 동물은 동료나 친족 간에 이타적 협력행동을 한다. ‘호혜적’ 이타주의이다. 자신의 이타적 행위를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분명 이기적인 이면이 있음을 알 것이다. ‘나에게 해 주듯이 너에게도 해줄게.’ 행동은 반대급부를 기대하면서 수행하는 것이다. 또는 명성을 유지하여야 사회적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청새치는 바다에서 가장 빠른 동물 중 하나이다. 무리를 지어 물고기 떼를 몰고 한 마리씩 돌진해 사냥한다. 청새치가 동시에 물고기 떼로 돌진할 경우 서로를 다치게 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뾰족한 주둥이에 서로 찔리지 않기 위해 먹잇감을 향해 돌진할 때 몸에 줄무늬가 선명해지는 변화를 일으켜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는 청새치의 줄무늬 변화가 무리에서 한 번에 한 마리만 정어리 떼를 향해 돌진하도록 하는 신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색깔 변화가 먹잇감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호혜적 이타행위이다.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까마귀는 친구를 배신하는 행동을 종종 한다. 하지만, 가족은 배신하지 않는다.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개체를 위하여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새끼나 형제자매, 짝짓기 파트너 등 친밀한 관계인 개체는 변함없이 함께한다. 까마귀도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돕는 사회적 이타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포유동물로 진화되면 이타적 행위는 더 강하게 나타난다. 돌고래나 코끼리 같은 포유동물은 동료가 다치면 도와준다. 작은 설치류도 그렇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있는 쥐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구조한다. 냄새를 맡아보고 몸을 만져주고 반 이상의 쥐들은 입을 벌리고 혀를 당겨 기도를 확장하여 깨어나게 하려고 시도한다. 응급처치를 받은 쥐는 빨리 깨어나 걷기 시작한다. 특히 동료인 경우에는 더 그렇다. 의식이 없는 동료 쥐를 보면 남을 배려하는 행동과 관련된 뇌가 반응하고(내측 편도체가 밝아짐), 뇌의 한 영역(실방핵. paraventricular nucleus)에서 유대감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증가한다.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본능은 많은 종에서 공유되고 진화된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유전자와 뇌와 관련된다.

https://www.science.org/doi/abs/10.1126/science.adq2679


영장류로 넘어오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머리를 써서 이타적 행위(신의)와 이기적 행위(배신)를 조율하여 이익을 최대화한다. 개코원숭이는 동료들과의 협력하여 전략적으로 행동을 한다. 협력 관계가 끈끈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이기심 때문에 협력관계가 깨지기도 한다. 상대방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갚아주고, 불이익을 받으면 협력관계를 깨기도 한다. 원숭이도 전략적 협력을 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인간의 협력관계도 유인원과 원숭이의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았을 가능성을 있음을 암시한다.


인간은 ‘친구’와는 협력하고 ‘적’과는 경쟁하는 사회생활을 한다. 물론 인간은 ‘배신의 동물’이다. 친구가 언제 적이 될지 모른다. 결정적인 이해관계가 걸리면 대부분 배신한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를 외치지만 결정적으로 이해관계가 역전되면 배신한다. 특히 자신과 자신의 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배신을 한다. 이는 진화적이고 생물학적인 행동이다. 어떤 사람들은 신의를 중시하여 배신을 하지 않는다. 이들 중 일부는 장기적인 이익을 위하여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신의를 자신의 삶의 ‘가치’로 여겨 지키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아주 드물다. 진화의 결과는 다양성이다. 다양한 인간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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