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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암에 걸리는 진화생물학적 기원


암세포는 세포의 성장과 유지, 죽음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무너지며 나타난 ‘제멋대로’ 행동하는 세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테오도어 보베리(Theodor Boveri, 1862-1915)는 1929년 자신의 저서『The Origin of Malignant Tumors』에서 다세포생물은 단세포생물에서 기원하므로 세포에는 단세포성이 잠복해 있는데 그것이 발현되면 암이 된다는 주장을 하였다. 호주 멜버른대학 연구팀은 이러한 주장을 입증하였다(2017).


1977년 리처드 페토(Richard Peto)는 유기체의 세포 수는 암 발생률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을 발표했다.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세포 전체에서 비슷하다면 세포 수가 더 많은 고래가 인간보다 암 발병률이 훨씬 높아야 하지만 관찰 결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명확하게 증명되거나 반박되지 않았었다.


2025년 페토의 역설(Peto's paradox)을 뒤집는 연구가 나왔다. 동물의 암 연구 중 역대 가장 큰 규모로, 4가지 주요 동물 그룹 총 263종의 부검 결과에서 나타난 암 기록을 연구했다. 코끼리나 기린 같은 대형 동물이 쥐 같은 소형 동물보다 암 발생률이 일관적으로 높다. 일정 크기가 되면 성장이 멈추는 조류와 포유류, 계속 성장하는 양서류와 파충류에 관계없이 큰 종일수록 암 발생률이 높다. 다만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진화하여 커진 코끼리는 세포 성장을 제어하고 종양을 예방하는 메커니즘이 발달했다. 코끼리는 호랑이와 암 발생률이 비슷하다. 코끼리의 사례는 암에 대한 자연적인 방어 능력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됐다. 참고로 벌거숭이두더지(학명 Heterocephalus glaber)는 암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422861122


인간과 침팬지는 서로 갈라져 나온 후로, 무려 14만 개의 ‘별로 이롭지 않은’ DNA 변종을 축적해왔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유사한 쥐와 생쥐는 이 기간 동안 해로운 유전자를 거의 축적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은 쥐보다 암에 더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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