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최초의 30억년』을 쓴 하버드대학 나사 우주생물학연구소 연구원인 앤드류 놀(Andrew H. Knoll)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한 것은 환경이지 진화가 아니다.” 환경에 적응하여 인간의 유전자가 자연선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진화가 독립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 특히 기후변화는 진화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인류도 기후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이주하면서 나타났다. 인류의 조상은 40만 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발생했던 기후 변화로 거주지를 이동하면서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에서 유래됐다.
인간의 먼 조상이 나타났던 수백만 년~천여만 년 전에는 엄청난 기후변화가 있었다. 약 250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되기 전에 지구 기온은 이미 1000만 년 이상 동안 내려가 있었다. 그 당시 북반구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와 빙하로 덮여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추위는 안데스산맥, 히말라야산맥, 알프스산맥과 같은 산맥 형성과 관련된다. 지난 1500만 년 동안 커다란 산맥들이 형성되면서 침식과정이 증가했고,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가 결합된 암석 풍화작용도 증가했다. 이로 인하여 이산화탄소가 제거되어 온실효과가 줄어들고 대기가 냉각되면서 빙하시대로 이어졌다.
이러한 설명에 대하여 반박이 나왔다. 그 기간 동안 풍화작용은 증가하지 않고 일정했다. 대신 지표면의 ‘반응성(reactivity)’이 증가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켰고, 이에 따라 지구가 냉각됐다는 주장이다. 반응성은 화합물이나 원소가 얼마나 쉽게 반응을 보이는지를 나타낸다. 만약 대기가 실제로 침식에 의한 풍화작용이 일어나는 양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잃어버린다면 100만 년도 채 안 돼 이산화탄소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경우 모든 물은 얼어붙고 생명체는 생존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주장(가설)이다. 그 오래전 기후변화의 원인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가혹한 기후변화가 진화를 촉발시켰다는 점이다.
이러한 빙하기는 태양의 공전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태양계는 공전하면서 여러 성운을 통과했을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약 1344광년 떨어진 오리온성운을 통과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분자구름 복합체도 태양계처럼 우주를 끊임없이 이동한다. 따라서 태양계가 통과했던 정확한 시점을 알기는 어렵다. 2025년 연구에 의하면 1480만~1240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당시 지구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남극에 빙하가 형성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태양계는 태양풍의 흐름 때문에 우주의 성간 입자가 통과하기 어렵다. 그러나 1400만 년 전에는 오리온 분자구름이 현재보다 더 두꺼웠고, 일부 입자가 태양계 안쪽으로 파고든 뒤 지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태양은 초속 230㎞의 속도로 은하계를 공전한다. 음속이 초속 343m이니 음속의 670배의 속도이다. 우리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전혀 못 느낀다. 태양은 무려 음속의 670배로 공전하지만 우리는 전혀 모른다. 인간의 감각과 직관 그리고 상식을 전혀 믿을 수 없다. 천국은 하늘(heaven)로 생각한 것도 그렇다. 하늘은 우주임을 알려준 것이 과학이다.
https://doi.org/10.1051/0004-6361/202452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