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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와 남녀평등

‘아줌마’와 남녀평등


2023년 전철에서 ‘아줌마’라고 부르는 소리에 흉기를 휘두른 30대 여성이 법정에 섰다. “‘아줌마’라고 불러 기분이 나빠 칼을 사용했습니다.…제가 잘못했나요?” 20대 여성에게 아줌마라고 말했다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고도 발생했다. 언론사 설문조사에 의하면 ‘아줌마’는 ‘못생긴’ 외모를 뜻한다. 결혼 여부와 나이도 반영되지만 외모가 더 반영된다. 나이에 관계없이 아줌마라는 호칭을 싫어하였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아줌마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비하’의 의미가 숨어있다. 억척스럽고 예의 없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리고 은근히 보이지 않게 신분관념과 남녀차별이 숨어 있다. 아줌마와 사모님으로 나누어지는 호칭이 그렇다.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도 숨어있다. 식당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호칭은 참 어렵다. 2022년 ‘MZ’ 세대 아르바이트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저기요’를 가장 선호했다고 한다. ‘저기요’ 또는 ‘여기요’는 비하의 의미나 ‘신분’을 나타내지 않는 중립적인 표현이다.


프랑스 혁명은 1789년이었다. 200년이 넘었다. 인간에게 타고난 신분은 없으며 모두 평등하다는 명제이다. 인간평등성은 프랑스혁명, 헌법, 법률, 교과서, 책, 상식 등 어디에서나 보편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줌마와 사모님, 아저씨와 선생님 같은 신분적인 의도의 말이 많이 쓰인다. 물론 우리말이 존칭이 많아서 일수도 있다. 서구사회나 우리 사회나 여전히 신분관념이 강하다. 여전히 누구누구의 15대 후손이라고 말하고 족보를 들먹이며 명품 백으로 신분과시를 한다. 명품이 ‘유인원’의 유전자나 본능의 유산이며 동물의 서열의식과 인간의 신분관념이라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다. ‘인간적’ 또는 ‘인간성’이라는 인간에 내재된 ‘고귀한’ 무언가는 없다. 오히려 진화에 의해 물려받은 생존과 번식 본능이 내재해있다. 우리는 그런 ‘인간성’을 극복하여야 한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한 사회의 발전과 성숙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여성의 인권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2022년 기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위였다. 평균값은 12.1%이다. 격차가 30% 이상 벌어진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의 남녀 격차 지수(gender gap index)는 전 세계 하위권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발표한「2023년 성 격차 지수(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한국은 146개국 중 99위를 기록했다. 여성의 경제 참여 및 기회 부문은 115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성 관리자 비중은 16.3%로, 회원국 평균 33.7%의 절반에 그쳤다. 평등이란 어쩌면 단순하다. 남자와 여자는 모두 ‘하나의’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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