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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을 바라보는 정치적 과학적 감정적 시각


이글을 몇 개의 신문기사를 정리하여 편집한 글이다.


2011년 3월 11일 진도 9.1의 강진이 일본 동해안을 강타했다. 바다에 접해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내진 설계 덕분에 강진은 버텼지만 쓰나미에 속수무책이었다. 바닷물 때문에 전기가 끊기면서 원자로 중심부에서 핵반응으로 열을 생산하는 노심을 식혀줄 냉각수 공급이 멈추어 녹아내려 폭발했다. 폭발 충격으로 방사성 물질이 원전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 기관인 도쿄전력은 뜨거워진 노심을 식히기 위해 원전 내부에 물을 부었다. 노심과 닿은 물에는 방사성 물질이 섞였다. 파괴된 노심 주변으로 지하수도 흘러들어갔다. 방사능 오염 수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방사성 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오염수를 원전 부지 내에 설치된 물탱크에 보관해 왔다. 2022년이면 물탱크를 더 설치할 수 있는 부지가 모자라게 되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탱크에 저장할 수 있는 최대 용량은 137만 톤으로, 2023년이 되면 더 이상 오염수를 저장할 수 없다.


오염수를 처리할 방법은 해양 방출 외에도 지층 주입과 지하 매설 같은 토양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수증기 방출처럼 열을 가하는 방법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하지만 토양을 활용하는 방법이나 열을 가하는 방법은 모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반면에 바다에 오염수를 버리는 방법은 이들 방법 중에서 가장 값싸고 편리한 방법이다. 결국, 일본 정부는 경제성 때문에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결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오래전부터 오염수를 정화한 뒤 바닷물로 희석해서 배출 기준에 맞춘 다음, 바다로 흘려보내서 오염수를 처리하겠다고 밝혀왔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을 거를 수 있는 장치(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 ALPS)를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공언해 왔다. 이 장치는 삼중수소(tritium)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정화 장치다. 일본의 정화 설비는 이온교환수지로 돼 있는 여과 장치로, 방사능 물질 중 대부분은 걸러지지만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는다. 이렇게 처리하면 해양 환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2021년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정화 처리해 태평양에 방류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동일본대지진 때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사용되는 물로서, 지금까지 하루 최대 180톤가량의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

원전 오염 수 정화 설비를 거쳐 나온 물에서 문제가 되는 방사능 물질은 삼중수소다. 삼중수소는 원전 냉각수에 들어 있는 방사성 물질이다. 삼중수소는 양성자와 전자가 하나인 일반 수소와 달리 중성자가 2개 더 붙어 있다. 에너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종이나 물을 뚫지 못하고 사람 피부도 통과할 수 없다. 삼중수소의 경우 붕괴될 때 나오는 베타(β) 방사선 강도는 매우 약하다. 따라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방사능 물질에 비해 삼중수소가 비교적 안전하다고 분류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삼중수소가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결합하게 되면 치명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삼중수소가 신체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체내에 있는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세포핵 내에서 삼중수소가 기존의 수소를 대체하게 되면 여기서 베타 방사선이 방출되어 DNA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삼중수소 자체가 헬륨으로 변할 수도 있다. 헬륨은 DNA의 구성요소로 머물러 있지 않은 물성을 갖고 있어서 삼중수소로 결합되어 있던 부분이 파괴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삼중수소 양이 많을 때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의 양은 실제 우리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일본이 배출하겠다는 삼중수소 농도는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음용 수 삼중수소 기준의 7분의 1에 불과해 인체에는 해가 없다. 특히 해류를 타고 한국으로 오면서 농도가 더욱 희석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 도착할 때쯤이면 처음 방류될 때와 비교해 처리 수 농도가 약 1조분의 1로 줄어든다. 일반인에게 1년에 허용되는 선량한도의 7100만분의 1 수준이다.


삼중수소 외에도 오염 수에 들어있는 루테늄과 스트론튬 같은 수십 가지 방사성 물질 역시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일부는 정화되겠지만, 무려 62종이나 되는 방사성 물질을 완벽하게 걸러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18년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바다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동해를 비롯한 한반도 해안에 유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성 물질인 세슘(cesium)은 방류 후 1년 이내에 제주도와 동해 앞바다에 도착한다는 연구가 2020년 발표되기도 했다. 근거 없는 괴담까지 보태지면서 공포감이 증폭됐다. 방사능 물질이 한국 해안에서 잡히는 광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부터 기형아를 유발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난무한다. 2021년 4월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출하가 금지됐다. 오염된 우럭이 후쿠시마 근해에서 잡혔다는 것은 일본이 오염수를 모두 다 수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일본이 오염수를 모두 정확하게 수거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과 관리를 해야 한다. 오염 수 자체가 정화되지 않은 채 방류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원전이 배출하는 삼중수소가 한국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오염 처리 수는 태평양을 돌아 한국에 오면서 희석되지만, 중국 연안에 위치한 원전 배출 수는 한국 해안으로 바로 흘러들어온다. 한국의 중수로인 월성원전에는 삼중수소 저감 장치를 설치했다. 그러나 중국이 설치해놨는지, 제대로 처리해 밖으로 내보내는지에 대해 알 수 없다. 중국은 대략 45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저장성에 위치한 3단계 친산원전 1·2호기는 중수로다.


원자핵공학자ㆍ원자력업계 관계자들로 구성된 한국원자력학회는 2021년 4월 성명을 내 매우 보수적으로 가정해 평가해도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오염수가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 시간과 바닷물에 의한 희석효과 등으로 인해 일반인에 대한 영향은 기준점의 약 3억분의 1로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를 향해서는 정치적 목적으로 조장된 방사능 공포가 수산업과 자영업자의 피해를 가중하는 자해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원자력발전에 우호적인 사람들은 일부 방사능 물질은 자연계에도 존재하며 기준치 이내로 관리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발전 수단으로 존립 가능하며, 사고나 방사능 누출ㆍ오염 물질 처리도 과학의 발전에 따라 예방 및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반면 반대 측은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민감하다. 일본 어업업계와 시민단체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이 반발했던 것은 삼중수소 외에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에 반대하는 측은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은 안전하다는 주장이 이론상으로만 그렇다는 것일 뿐 자연계 내에서 누구도 검증해본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해역에서 잡힌 조피볼락에서 기준치 2.7배인 1㎏당 27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것을 거론하며 저 선량 방사능의 인체 누적 위험성을 강조한다. 방사능 물질이 쌓여 있는 연안에선 생태계 내에 먹이사슬을 통해 방사능 물질 누적이 이루어지고, 먹이 사슬의 가장 위쪽에 있는 인간이 이를 섭취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위험성은 물론 이미 오염 물질 처리 비용 만으로도 더 이상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는 입장이다. 미국, 독일 등 국제 사회의 주류도 이미 탈 원전으로 굳어진 상태이다. 원자력발전에 우호적인 학자들은 탈 원전 진영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삼중수소의 인체 누적 및 DNA 변형 등 방사능의 위험성 등에 대해 탈 원전 진영은 녹색당관련 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European Committee on Radiation Risk, ECRR)를 이끄는 영국의 방사선 전문가 크리스토퍼 버스(Christopher Busby) 박사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 학자는 영국 법원이 이미 2016년 판결을 통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영국 정부에 대한 자문을 금지시켰다.


우리 정부는 2018년 10월 대응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2020년 10월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는 오염수가 방류돼도 수산물 섭취로 인한 피폭 가능성은 매우 낮고, 오염수가 국내 해역에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려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1년 4월 1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일본이 기준에 맞는 적합한 절차에 따른다면 오염 수 방류를 굳이 반대할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방류 선언 다음날인 2021년 4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부산으로 들어오는 일본산 해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검사를 사실상 거의 없다는 뉴스가 보도된 것이다. 우리 정부의 말과 행동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음식점들은 일본산 해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팔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과 중국 정부의 투명한 정보 제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후쿠시마 현지에서 직접 시료를 따 와 직접 측정하거나 국제원자력기구를 통해 공동으로 검증하는 등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 특정 이해관계나 정치적 이해, 가치관이나 철학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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