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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기원

빛이 없다면 내가 글을 쓸 수 없다. 당신이 이글을 읽을 수도 없다. 빛이 없다면 생명도 인간도 태어나지 못했다. 빛이 없다면 관측도, 과학도, 양자역학도 없다. 빛은 언제 어디서 기원했을까?


빅뱅 이후 우주는 매우 뜨거웠다. 이 때문에 에너지가 커진 물질은 양성자와 전자가 분리된 ‘이온화’ 상태였다. 우주는 38만 년이 지났을 때 플라스마에서 중성 기체로 전환되었다. 우주가 식으면서 전자와 양성자가 결합해 수소와 헬륨을 만들어 냈다. 이를 재결합 단계라고 부른다. 빛은 중력파의 시공간에 갇혀 있다가 빅뱅 이후 38만년이 지나서야 나왔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수소는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다. 당시 우주에서 발생한 빛은 우주를 가득 채운 중성 수소에 흡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빛이 지구까지 도달해 관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중성 수소가 가득했던 시기를 ‘우주의 암흑기’라고 부른다.


빅뱅 후 38만년 이전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 이 시기는 ‘암흑시대를 낳은 암흑’ 또는 ‘무’의 시기라고 부를 수도 있다. 사실 빅뱅이론은 우주의 기원론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이 시기에 대해서는 모르기 때문이다. 과학은 아는 것만 말하기 때문에 ‘무’의 시기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언젠가 또 다른 이론으로 밝혀지길 기다린다.


우리 우주의 맨 바깥 원은 빅뱅이라 부르는 우주 탄생의 순간이다. 지금부터 약 138억 년 전에 일어났다. 그 안은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하여 원자가 만들어지면서 이들과 강하게 결합하고 있던 빛이 우주배경복사로 분리돼 나오는 순간이다. 빅뱅 후 약 38만 년 후에 일어난 일이다. 빅뱅 후 우주를 채우며 물질(원자)과 끊임없이 충돌했던 빛은 이 시점에서 마지막으로 충돌한 후 자유롭게 우주를 날아다니게 된다. 그래서 이 구면을 빛의 최종 산란면이라고 부른다. 최종산란면 이후에야 우주는 빛에 대해서 투명해져서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중력으로 가스가 뭉쳐 만들어진 우주 초기 별들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서 강력한 자외선을 방출했다. 자외선은 주변의 중성 수소를 이온화한다. 이처럼 다시 이온화된 물질이 많아지는 사건을 ‘우주의 재이온화(reionization)’라고 한다. 우주의 재이온화의 시기는 불명확했다. 재이온화는 우주가 탄생한 지 4억~9억 년 후까지 진행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온화된 수소는 빛을 덜 흡수하기 때문에 우주가 지구에서 관측 가능한 형태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으로 빅뱅이 일어난 지 3억3000만 년 후인 우주 초기 은하(JADES-GS-z13-1-LA)를 발견했다. 이 은하에서 재이온화의 증거를 발견했다. 재이온화의 원인은 거대하고 뜨거운 별이나 초대질량 블랙홀일 가능성이 높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5-087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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